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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인 3백94명에게 물었습니다입문수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정하 기자
  • 승인 2007.05.14 00: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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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마다 내용도 너무 다르고, 학생 수도 너무 많아요!’
최근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언론의 주목과 관련하여 학계의 문제의식이 심화되면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점차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인문학 수업을 직접 수강하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세춘추」에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인문계열 계열기초 수업(아래 입문 수업)인 문학입문, 사학입문, 철학입문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연세메일과 설문지,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 지난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이뤄졌으며, 설문조사 대상자 2천1백9명 중 18.7%인 3백9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그 중 철학입문을 수강한 학생은 2백56명, 문학입문은 2백38명, 사학 입문은 2백54명이었다. (중복응답 가능)

입문 수업, 이것이 문제다

먼저 입문 수업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인문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냈는지 살펴봤다. 설문조사 결과, 원래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없거나 그 정도가 보통이라고 답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47%인 1백46명이었다.
입문 수업을 통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떨어졌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9.7%인 1백96명에 달했다. 이를 통해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증진시킨다는 입문 수업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문 수업이 학생들의 ‘인문학적 기본 소양을 쌓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전체의 53%인 2백9명이었다. 하지만 수업의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는 입문 수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이 39.6%인 1백56명에 그쳐, 학생들의 수업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래프 참조)


왜 입문 수업은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학생들 역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입문 수업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입니까?(중복응답 가능)’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응답자 중 61%인 2백40명이 ‘대형 강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으며, ‘교수님에 따라 수업 내용이 너무 차이가 난다’가 28.2%(1백11명), ‘수업 내용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22.1%(87명)로 그 뒤를 이었다.

교수-학생 간 대화가 필요해

“대형 강의라서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데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는 허은솔(영문·05)씨의 말처럼, 학생들은 대형 강의에 대해 가장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대형 강의는 수강인원이 많아 교수와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학입문의 경우 6개 분반에 수강생이 적게는 분반 당 43명부터 많게는 69명이었으며, 사학입문 역시 6개 분반에 분반 당 51명에서 57명이었다. 그리고 문학입문의 경우에는 4개 분반으로 인원수가 분반 당 52명부터 1백18명으로 다른 입문 수업보다 더 많았다. 이러한 현실과 달리, 학생들은 각 분반의 이상적인 수강생 숫자로 20~50명(45.4%, 1백79명)이나, 20명 미만(41.3%, 1백63명)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보여 현재 상황과 학생들의 요청 간에 괴리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수업지원부 이정숙 과장은 “물론 대형 강의보다는 분반을 늘려서 수강생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전임교수님과 강의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분반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수업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사학입문과 철학입문은 지난해보다 2개의 분반을 더 늘렸다고 한다. 학부대학 사무실 박정원 직원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사학·철학입문의 분반 수를 늘린 결과, 두 수업 모두 평균 80여명 정도였던 수강생을 50여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며, “문학입문 같은 경우는 4개의 학과에서 함께 담당하는 구조라서 분반을 늘리기가 곤란한 편이지만, 갖춰진 인프라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학입문을 강의하는 김진영 교수(문과대·노문학)는 “대형 강의에서도 토론을 이끌 수 있는 수업조교가 확보된다면, 강의 3시간 중 1시간은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나눠서 조교들이 각 그룹의 토론을 이끌도록 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학생들과의 소통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따로 또 같이!

“수업이 어느 한 분야에 집중돼 교수님의 전공에 따라서 수업 내용이 차이가 나는 듯하다”는 정주영(인문학부·07)씨의 말처럼 입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같은 수업이라도 교수에 따라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철학입문의 강의를 담당하는 신규탁 교수(문과대·불교철학)는 “방학 중에 다음 학기 강의를 맡으신 선생님들과 ‘철학입문에서 꼭 다뤄야 할 주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며 “그 결과로 윤리학, 인식론 등의 필수항목과 인간학, 미학 등의 선택항목을 자율적으로 가르치게 함으로써 커리큘럼의 일관성과 강의자의 개성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학입문의 강의를 담당하는 사학과 방광석 강사는 “모두 같은 과목을 강의한다 해도 각자 관심 있는 나라, 시기, 전공이 다르므로 강의 방식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며 “물론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것은 다뤄야겠지만, 교수의 스타일이나 개성을 살린 색다른 강의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수업이 현실에 맞지 않고 현학적이고 관념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방 강사는 “요즘 학생들의 요구와 성향을 반영해 여러 매체를 이용한 강의를 계획하지만, 이러한 형식의 강의는 학생들의 참여가 전제돼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많은 이들이 ‘문학입문 수업은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영미 문학을 각각 3주씩 나눠 한학기 동안 배우는데, 한 나라의 문학을 깊이 있게 접하기에 3주란 시간은 너무 짧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실제로 박상은(사학·03)씨는 “문학입문은 팀티칭으로 진행돼 어느 나라의 문학에 조금 흥미를 가질만하면 교수님이 바뀌셔서 깊이 있는 수업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진영 교수는 “문학입문은 이론적인 강의와는 차별되게 여러 서양고전을 읽고 접해보는 것이 목적”이라며, “입문 수업에서 특정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면 그 분야에 대한 전공을 들을 수 있게 유도한다는 구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밝혔다.

입문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가희(인문학부·07)씨는 “철학 수업이라 딱딱하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인간에 대해 직접 탐구할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입문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처럼 입문 수업은 처음으로 인문학을 접하게 하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입문 수업의 문제점과 “너무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난해하다”는 정영웅(인문학부·07)씨의 말처럼 “입문 수업의 난이도가 너무 어렵고(37.8%, 149명), 강제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김진영 교수는 “개인적으로 입문이라는 틀이 잡힌 수업을 신입생들이 한꺼번에 필수적으로 듣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입문 수업은 말 그대로 입문을 위한 선택 수업으로 전환하고,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문학·철학·사학 쪽에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전공수업이라도 필수적으로 듣게 하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즉, 인문학적 기본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문학·철학·사학 등 각 분야의 수업을 수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굳이 그것이 입문 수업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입문 수업에 대한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보고, 그 결과에 대한 교수와 학교 측의 입장과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학생들은 입문 수업이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에 대해 ‘대형 강의이기 때문에 교수님과의 소통이 힘들다’, ‘교수님에 따라서 수업 내용이 너무 차이가 난다’, ‘수업 내용이 현실에 맞지 않고 관념적이라서 너무 어렵다’고 응답했다. 학교 측도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갖춰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수 측도 강의 내용과 교수의 개성을 조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여러 방식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하는 수업을 위해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렇듯 세 주체가 각자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면서 조화를 이룰 때, 입문 수업은 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요리사들은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고 해도 그 방법이나 사용하는 소스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맛에 녹아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인문학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교수와 학교, 학생이 함께 요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재료는 모두 같지만, 나름의 개성을 살려서 더 맛있는 수업을 위해 노력한다면 인문학에 대한 소양도 높이고 입맛에도 맞는 맛깔스런 수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정하 기자  boychunh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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