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교의 역사를 짚어본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가 어딘줄 아세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민영(간호·06)씨는 이렇게 답한다. “성균관대 아닌가요? 조선시대 성균관부터 시작해서 6백년이라고들 하잖아요.” 한세대 박태준(경영·07)씨는 “확실하진 않지만, 예전에 들은 바로는 연세대라고 생각했는데요?”라고 말한다.

# 어느학교나 자랑하고 기리고 싶은 그런 역사
지난 5월 12일은 우리대학교의 창립기념일이었다. 이번 창립기념일을 기념하여 학교 정문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학교 측에서도 창립기념일 행사를 다채롭게 열었다. 연세대학교는 1백22년, 즉 궁중의 의사였던 알렌이 세웠다는 광혜원부터 시작해 1백2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고들 한다. 1884년 개화파에 의해 갑신정변이 일어나 수구파인 민영익이 여러군데 중상을 입자, 의사 알렌이 생명을 구해준 것이 인연이 돼, 최초의 근대식 병원 광혜원을 설립하게 된 것이 그 시초이다.

학교의 위상이라는 것은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갑자기 생성된다기 보다는 역사 속에서 업적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이름 익숙한 역사학자 E.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처럼 역사는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에서 의미를 가진다. 앞의 선배들이 남긴 업적이 쌓여 학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형성된 학교의 정체성은 현재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여느 대학교의 홈페이지, 연감등을 펼쳐 보더라도 항상 그 첫 시작에는 그 대학교의 역사와 연혁이 나와있다. 그것은 그만큼 모든 대학들은 자신네들의 역사를 소중히 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어느 학교나 자랑하고 기리고 싶은 그런 역사를 가지고 싶어한다.

#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제일 먼저일까?

성균관대는 조선 태조 때 세워진 성균관을 시작으로 6백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성균관대 사이트 참조), 고려대도 보성전문학교를 얘기하며 연세대가 아닌 고려대가 최초의 사학(고대신문기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배재대가 한국대학 최초'라는 둥, '숭실대가 최초의 대학'이라는 둥” 약간은 이해하기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대학교가 몇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각자 자기네가 최초라며 주장하고 있는 이 논쟁판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 한다.

잠깐의 팁!!

대학교의 숫자 - 전국에는 대학교가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우리나라에 있는 대학교의 수를 먼저 살펴볼까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의 전국의 대학교 수는 총 3백76개로 집계됐다.(이 중에는 1백52개의 전문대학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지역에는 58개(전문대 포함)가 있고, 경기도에는 66개(전문대포함)가 존재해 역시 대학 교육은 수도권에 그 상당부분이 집중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그 증감폭을 보자면 지난 1990년에는 2백65개가 있었고, 1997년까지 3백46개로 증가했으나, IMF가 시작한 97년부터는 그 증가폭이 감소해 한해 2-3개의 대학이 신설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2005년에는 3백85개였던 대학의 수가 2006년에는 3백76개로 감소하기도 했다. 이는 대학정원감소에 따른 대학간의 통폐합, 정원 축소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 대학의 창립년도 정리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주요 대학의 역사를 살펴보자.

대학

전신

설립연도

성균관대

성균관(조선태조), 경학과(3년제의 근대대학)

1398년, 1895년

고려대

보성전문학교

1905년

연세대

광혜원

1885년

배재대

배재학당

1885년

숭실대

학당

1897년

가톨릭대

배성요셉신학당

1855년

이화여대

이화학당

1886년

 
(우측 표 참조)
이렇게 연도를 산출하긴 했지만, 각 대학의 설립연도를 정한다는 것에는 난점이 있다. 누가 대한민국의 최초라는 것을 따지기에는 그 과정상의 난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첫째로, 설립연도를 설정하는 기준의 애매모호함이다. 앞에서 논한 대학들은 모두들 하나씩 개화기에 그 전신학교를 가지고 있었다. 각 대학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가능한 한 유구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 전신까지 모두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대의 ‘성균관’은 조선시대의 기관을 기준으로 삼고, 연세대는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광혜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처럼 각자가 주장하는 대학교설립시기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첫번째이냐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다. 그 기준을 정부가 설립인가를 해준 시점으로 잡는다고 해도, 정부인가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각 대학들이 그 전신학교를 자기네들의 역사가 아니라고 할 리가 없다. 두 번째는 최초 설립연도가 이르다고 해서, 반드시 긴 역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성균관대학교는 조선시대의 성균관이 여태까지 계속 유지된 것이 아니고 중간에 없어지기도 했으며, 일제시기의 대학교들도 일제의 정책에 의해 문을 닫았던 학교들도 있었다. 그럼 중간에 없어졌던 그 기간을 빼고 다시 셈할 것인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다.

# 역사가 길다면 무조건 ‘장땡?!’ - 이건 승자없는 싸움이다

취재를 하면서 한가지 회의가 들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고양하는 것은 좋지만,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는 '누가 최초냐‘는 이런 류의 논쟁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울타리 안에 빠져 있다보니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역사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그 대학이 위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섣불리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연륜이라고 부르는) 시간 자체의 의미도 있고, 역사가 길다는 것은 그 대학이 업적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두 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적인 수치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동안 무슨 업적이 쌓여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리한 숫자의 논쟁에 휘말려 중요한 것을 잊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니가 먼저냐, 내가 먼저냐 하기 이전에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가꿔야 한다’는 그 사실, 지금 당신의 손이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그 사실말이다.

/ 글 안재욱 기자 nowstar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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