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부 기획 - 우리대학교의 기부금에 관해서

우리대학교는 정말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
‘정말 많다’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는다면 거두절미하고 지난 2006년 9월 18일자 「조선일보」기사 한 토막을 살펴보자.
“…최근 3년(2004~2006년)간 기부금을 모금한 결과 연세대가 3천1백12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는 1천8백14억원으로 2위였으며 국립대 중에는 서울대가 1천99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나 연세대의 3분1의 정도였다…”
2위에 비해 압도적인 1위일 뿐 아니라 ‘서울대의 기부금이 우리대학교의 3분의 1’이라고 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기사를 보면, 이제 우리대학교의 어마어마한 기부금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부금,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쓰이나

매 해 1천억원이 넘는 기부금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들어오는 것일까? 우리대학교에 기부를 하는 주체는 크게 세 곳으로 분류된다. 기업·개인·사회단체가 바로 그것이다. 기부금을 관리하는 대외협력처 엄태진 주임은 “기업에서 기부하는 금액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체 기부금의 60%정도가 기업기부금으로 구성된다.
그럼 이제 기부금 종류에 대해 살펴보자. 기부금은 크게 ‘연세사랑기부금’과 ‘특정목적기부금’으로 나뉜다. 연세사랑기부금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용도를 정해 쓸 수 있는 반면, 특정목적기부금은 기부자가 원하는 목적에 따라 사용된다. 대체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돈이 쓰이길 원하기 때문에 연세사랑기부금보다는 특정목적기부금의 비중이 훨씬 높다. 지난 2005년 이월적립금 문제로 논란이 있었을 때 학교는 “이월적립금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때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 바로 특정목적기부금이었다. 

기부금들은 학교와 연세인을 위해 쓰이고 있다. 위 기부 내역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기부금은 각 단과대의 발전 기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병원 발전 기금, 건물 신축, 연고전 후원금 등으로 사용된다. 현물 형태의 기부도 이뤄진다. 서예, 서양화 등의 고가 예술품과 중앙도서관에 기부되는 서적 등이 바로 그것이다.
꼭 고가의 기부가 아니더라도 만원 이상의 기부라면 모두 가능한데, 홈페이지(http://fund.yonsei.ac.kr)에 들어가서 기부금 약정을 하고 사이버 상으로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 모으기 위한 노력

학교에서는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운동’을 하고 있다. ‘한계좌 갖기 운동’과 ‘연세사랑 릴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한계좌 갖기 운동은 학교에서 개인에게 교유한 계좌를 제공하고 그 계좌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부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이때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을 기부할 수도 있다. 또 계좌의 명의는 직계가족이라면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한데, 이는 우리대학교의 기여입학제 추진과 관련해 기부자들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세사랑 릴레이는 이번 학기 우리대학교가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기부금 모금 운동이다. 동문회, 학생복지처, 대외협력처, 총무처 등을 각각 하나의 열차로 보고 열차가 목표 기부금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기부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차원의 노력들과 연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우리대학교를 기부금 모금 1위의 대학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약간의 씁쓸함 

그러나 기부금에 대해 취재하면서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부에 있어 가장 중시되는 것이 결국엔 ‘액수와 가치’라는 것이다.

연세사랑릴레이의 열차를 보자. 어떤 열차는 앞으로 쌩쌩 달리는데, 또 다른 열차는 낑낑거리며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이들 열차의 속도가 차이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모금액’ 때문이다. 기부자에게 제공되는 특전도 마찬가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50억원 이상부터 1백만원 이상까지 금액에 따라 나뉘는 예우 내용들은 마치 계급표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Give’에 따라서 ‘Take’도 달라지는 것이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칙이라지만,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 역시 ‘돈’의 가치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은 다소 안타깝다. 수백억을 기부하는 기업보다 평생 김밥을 판 돈을 학교에 기부하는 할머니에게 더욱 많은 관심이 가는 까닭은 바로 이러한 ‘씁쓸함’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지.

/손국희 기자 khelb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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