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얘기는 꺼내기도 싫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고문2리 김준문(53) 이장이 한탄강 댐에 관한 질문을 제대로 던지기도 전에 꺼냈던 말이다. 남북분단의 벽을 넘어 흐르는 우리나라 유일의 화산강인 한탄강. 지금 댐 건설 논란으로 한탄강 일대가 들썩거리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27, 28일 이틀간 논란의 중심지인 경기도 연천군과 포천시, 강원도 철원군을 다녀왔다.


마을에 들어서자 ‘한탄강댐 절대 반대’라는 현수막이 고문2리를 알리는 표지판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댐 건설 예정지인 이 곳은 예상보다 한적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로 들어서자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유지로 보이는 곳에는 필요 이상의 많은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고, 어디선가 악취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새로 지은 듯한 비닐하우스가 연이어 나왔다. 이는 속칭 ‘알박이’로 불리는  투기행위로 요즘 이 일대에 기승을 부리고 있단다. 주민 이상학(62)씨는 “전부 보상 많이 받으려고 하는 짓들이야. 한집에 개가 얼마나 많은지 밤마다 개 울음이 그치지 않아. 요즘은 폐닭까지 키워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니까”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댐을 짓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 지역의 땅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이사를 온 가구 수도 늘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이씨는 “댐 짓는 곳에 이사 오는 이유가 뻔하지 않냐”고 답했다.

홍수조절용댐, 주민들 울상조절은?

이 지역에 ‘댐 건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7년 전 일이다. 지난 2000년 건설교통부(아래 건교부)가 임진강 유역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1995년부터 수도권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한탄강 지역에 다목적댐을 개발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철원군의 반대와 더불어 1996년부터 3년 연속 임진강 유역에 홍수가 일어나자 다목적댐이 아닌 홍수조절용댐을 한탄강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감사원에서 △댐 기본설계를 한 후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 △홍수조절효과의 부적절한 계산 △경제성의 부풀림 등을 이유로 댐 건설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임진강유역수해방지대책 특별위원회(아래 임진강특위)가 구성됐다. 임진강특위는 약 1년 동안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평가실무위원회 회의를 거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8월, 홍수때 넘치는 물을 가둘 수 있는 천변저류지와 한탄강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키로 하고 자세한 사항은 건교부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건교부는 지난해 12월, 한탄강 댐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했지만 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그 후로 오히려 가속됐다. 반대하는 측은 건교부가 고시한 계획이 임진강특위에서 정했던 댐의 규모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현재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는 고시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슈퍼마켓 앞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보상 문제에 대해 여쭤봤다. 최희섭(67)씨는 대뜸 “금이든지 똥이든지 물에 잠기면 다 똑같은 것 아니냐. 무슨 기준으로 토지가격을 측정했는지 모르겠어. 이것만 생각하면 화가 나”라며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주민들에게 감정 사실과 기준을 알려주지 않은 채 단 이틀 만에 토지 감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해를 넘기면 양도소득세가 적용돼 보상을 적게 받는다고 생각한 일부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고, 수자원공사 측은 외상으로 매입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상 매입이 이뤄졌으나 전액을 변제하지 않은 상태여서 주민들의 불만은 심해지고 있었다. 최씨는 “노인들이 공시지가니 양도소득세니 자세한 사항을 어떻게 알겠어. 지금 땅을 넘긴 사람들 중 후회하는 사람이 많아”라고 말한다. 이 모두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곳은 농촌지역이라 평생 농사만 지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최씨 옆의 할머니는 “할 줄 아는 것은 농사뿐이여. 이주대책을 마련해놓지도 않고 늙은이들이 나가서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며 탄식한다.

그러나 모든 주민들이 댐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김 이장은 “임진강특위에서 댐건설 합의문에 도장까지 찍었다. 합의된 사항에서 또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포천시로 향하는 길에 만난 포천시 창수면 유영자(65)씨는 “댐이 들어오려면 들어오든가, 말려면 말든가 혼란스러워. 그냥 빨리 보상받고 다른 곳에서 터를 잡고 싶어”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사건을 일단락 시키고 싶은 마음인 듯했다. 

이밖에도 심각한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댐 건설 논란이 7년이 넘게 지속되자 찬·반 입장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이 문제는 댐 건설로 영향을 받는 모든 지역에 해당된다. 포천시 창수면 이경열(78)씨는 “가진 땅이 얼마나 된다고 보상 몇 푼 탄 걸로 도시에서 살 수 있겠냐. 찬성하는 주민들은 전부 이주비 타서 가려는 사람들이야”라고 말한다. 그의 말 속에서 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에 대한 반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포천시 관인면에 사는 진성출(48)씨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신경전이 치열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한탄강이 운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제방을 높이거나 천변저류지를 건설함으로써 경제적이며 환경 친화적으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강수자원연구소 최석범 소장은 “기존의 제방에서 1.3~1.5m 정도 증축을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한탄강 댐 건설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임진강 지역의 수해원인은 댐이 아니라 홍수 지역의 하천관리가 부실해서다”라고 말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파주시 문산읍 시가지의 홍수원인은 2개의 교량폭이 하천폭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건설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자원공사 수자원개발팀 정상인 차장은 “천변저류지는 홍수를 조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임진강 하류 지역의 제방 역시 여기서 증축을 하게 되면 붕괴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한탄강 댐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정부 간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넓다’는 뜻의 ‘한’과 ‘개울’, ‘여울’의 뜻을 가진 ‘탄’이 합쳐 큰 여울의 강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한탄강, 인간의 욕심으로 큰 여울의 강이 한탄(恨歎)하는 일은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 조근주 기자 positive-thinking@yonsei.ac.kr  
/사진 송은석 기자 insomniabo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