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신설 규정과 폐지 예정 항목을 바라보다.

우리대학교는 현재 대학배정 장학금과 가계곤란 장학금, 외부 장학금을 포함해 17개 유형의 장학제도를 시행중이며 지급되는 장학금의 규모는 2004년 기준으로 5백여 억 원이다. 재정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선 신청 후 선발’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리대학교 장학 시스템은 동문이나 외부인사의 활발한 기부 문화와 함께 우수하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는다. 장학금은 매 학기 중간시험 기간 이후 약 3주 동안 신청서와 구비서류 등을 소속 단과대학에 제출해 신청하며 다음 학기 등록금 공지일 약 일주일 전에 수혜 대상자에 개인적으로 지급여부가 통보된다. 그러나 장학 행정 중 학생들이 불편을 느끼거나 의문을 가지는 부분도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전액 장학금 수혜자의 의무 봉사제도 신설’과 ‘특기자 장학금 폐지’다.

▲ /출처: 우리대학교 홈페이지(http://www.yonsei.ac.kr)

<의무 봉사제도>
교육인가 부담인가

2007학년도부터 전액 장학금 수혜자는 학기당 30시간의 의무 봉사에 참여해야 한다. 이 방침은 ‘비전2020’의 실천목표 중 하나인 섬김의 리더십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것으로, 나눔의 정신을 연세사회 전반에 정착시키기 위해 학교 측에서 시행한 것이다. 만일 수혜자가 의무 봉사를 이수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이수할 경우, 다음 학기 전액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학생복지처장 김기정 교수(사회대·국제정치)는 ‘남에게 베푸는 태도를 배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봉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의무 봉사제도의 취지를 밝혔다.

의무 봉사제도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입장은 다양하다. “장학금을 수혜 받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는 이창호(생활디자인·02)씨와 같은 의견도 있는가 하면, “장학금을 받기 위해 의무 봉사까지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충섭(사체·02)씨와 같은 의견도 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방침의 시행이 ‘섬김의 리더십’의 기준에 부합하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인성교육 효과를 가져 올 뿐 아니라 우리대학교의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학기 의무 봉사로 교내 튜터링을 하고 있는 송재혁(경영·03)씨는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를 투자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봉사의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성을 띤 의무 봉사활동은 거부감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세브란스에서 의무 봉사활동을 하는 화학 전공의 한 학생은 “봉사의 본래 취지가 의무라는 명목으로 퇴색되는 것 같다”며 “단순노동을 하는 것 같아 즐겁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학복지처 측은 “학생들이 봉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강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제도의 정착 기간으로 2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액 장학금 수혜자에 한해 의무 봉사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제도의 운영·관리 인원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전액장학금 수혜자의 의무 봉사제도가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대학배정 장학금 수혜 인원 6백17명 중 가계곤란 장학금 수혜 인원이 5백50명으로 약 90%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인 의무봉사 제도의 시행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기자 장학금 폐지>
효율 추구인가 약속 불이행인가

우리대학교는 지난 1999년부터 학생의 재능을 효율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특기자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에 특기자 전형 입학생을 선발해 왔으며 재학생 중에서도 소정의 선발과정을 통해 특기자를 선발해 왔다. 현재 과학, 논술, 문학, 발명, 외국어, 정보, 한문 등 7개 분야 5백80여명의 특기생이 재학 중이며 이들은 정기 세미나와 연수 등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들은 재학 중 해당 특기에 따라 특기자 과정을 이수해야한다. 학교 측은 이들에게 활동비와 세미나 진행비 등의 재정 지원과 특기자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학교 측이 오는 2008학년도부터 특기자 전형 입학을 없애는 동시에 특기자 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특기자 장학금 폐지 이유로 특기 개발 과정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기자 장학금 지급에 매년 5억여 원을 투자해왔지만 특기자 과정을 이수한 졸업인원이 매년 20~50여 명에 그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인재 개발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한 정책적으로 지급되던 특기자 장학 혜택의 악용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특기자 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서 장학금을 위해 입학 시 특기자 전형으로 지원하거나, 재학생 특기자에 선발되려는 사례가 늘어 특기자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국어논술특기자회 회장 최민지(법학·05)씨는 “입학 후 장학금 지급이 명시되었던 우리 대학교 주최의 고교 토론대회 시상 특전에도 불구하고, 지급되던 장학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불이행”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특기자로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당시 약속했던 장학금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특기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수업지원부 이정숙 과장은 “이미 2008학년도부터 폐지될 특기자 과정의 선발인원과 장학금 예산을 연차적으로 감축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특기자 전형 신입생은 시행 첫 해인 1999년 93명이었고, 이후 2002년 1백42명까지 늘여오다가 2004년부터 인원을 감축하기 시작해 올해는 5명에 불과하다. 또한 “현재 수혜를 받고 있는 특기자들을 위해 앞으로 유예기간을 두고 연차적으로 예산을 줄여가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모든 학내 구성원을 만족시키는 장학 제도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학교 측은 장기적으로 풍부한 장학재원을 확보해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고민 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장학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장학금 수혜 학생 또한 나눔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 학교와 학생 모두의 적극적인 상호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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