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기자비망록]당신에게 진지하게 묻는다문화부 위문희 정기자
  • 위문희 기자
  • 승인 2007.04.09 00:00
  • 호수 1563
  • 댓글 0

기자로서 나는 신문에 실린 내 기사가 정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기사가 살아서 꿈틀대기를 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기사의 생명력에 아직 한 번도 만족감을 느껴보지 못해서 내 기사가 항상 허전하고 안타까운 사람이다. 이제 나는 내 기사가 불사조처럼 끊임없이 재생할 수 있는 생명력의 원천을 당신에게서 구하고자 한다.

인간은 항상 상대적인 인식 체계 아래서 자신을 인식한다. 이는 타자가 없으면 나를 정의내릴 수 없는 까닭이다. 나에게 타자는 내 기사를 읽어주는 당신이다. 그래서 당신이 없으면 내 기사는 ‘기사’로 정의내려질 수 없다. 매번 취재를 준비하면서 나는 당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선의 아이템으로 최상의 기사를 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기사에 이어지는 양질의 피드백이 없어 아쉬울 때가 많다. 물론 나는 내 기사의 완성도를 자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신문이 나오는 월요일이면 내 기사를 읽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증명 받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바로 내 기사의 존재 유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다. 벌써 10여 번이 넘게 기사를 썼지만 안타깝게도 당신과 내 기사에 대해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 모항을 주제로 내보낸 기사에서 당신은 나와 비슷한 감흥을 받았는지, 혹은 자살을 다룬 기사에서 당신은 내가 제시한 대안에 동의를 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서로 말을 섞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내 기사가 꿈틀댈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언제든지 내 기사를 평가해주기를, 그리고 그에 따른 흔적을 남겨주기를 요구한다. 그러려면 우선 기사를 읽은 뒤 내 이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매번 내 이름을 확인하면서 당신은 나와 그 기사에 익숙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신과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방식이다. 결국 당신이 언제고 내 기사를 읽고 품었을 법한 의문이나 궁금했을 법한 점들을 나에게 질문할 준비가 다 된 것과 다름없을 테니까.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문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