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유포니아’

“자, 시작하자!” 저마다 악기를 조율하던 단원들이 지휘자의 한마디에 연주자세를 갖춘다.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그의 손이 움직이기 전, 공연연습이 진행되던 학생회관 푸른샘에 정적이 흐른다. 마치 조명이 꺼지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막이 오르길 기대하는 그 순간처럼. 하지만 지휘자의 손짓이 이어지자, 잔잔한 연못에 물보라 치듯 악기 소리가 찬찬히 퍼져나간다. 그리고 이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그들의 소리가 푸른샘을 넘어 학생회관을 에워싼다.

지난 3월 16일, 우리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유포니아’는 ‘제18회 신입생 환영 봄 연주회’를 열었다. 순수 클래식에 대한 애정으로 지난 1988년 만들어진 유포니아는 오늘날까지 젊은이만이 지니는 도전정신과 아마추어 특유의 실험정신을 오롯이 지켜내고 있다. 그러한 동아리의 정신처럼 그들에게 ‘처음’은 사뭇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다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시도하지 않는 소위 ‘까다롭고 어려운 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회장 박예봉(간호·05)씨는 ‘도전이란 아마추어의 특권’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번에도 7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말러의 「Symphony No.5 in C sharp minor」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로 선보여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 지난 3월 16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유포니아’의 정기 연주회가 열려 많은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평화 기자 naeil@

이번 연주회는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지난 2월 5일부터 5박6일간 원주로 다녀온 음악캠프를 비롯해 겨울방학 내내 일주일에 3일, 하루 5시간씩 진행된 정기연습 도중 부딪힌 난관은 그들에게 냉정하기만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며 장애물을 하나씩 넘어섰다. 특히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이 계속되는 음악캠프는 실력 향상과 함께 단원들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그 기간에는 매일 저녁 지친 단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레크레이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트럼펫을 맡은 류해영(생물·05)씨는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공연이 열리던 날,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은 유포니아가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을 듣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공연 내내 아무 말도 없었던 그들을 대신해 15개 남짓의 악기가 노력의 결실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회장 공찬호(전기전자·01)씨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조화와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단원들은 자신의 악기만을 고집하지 않고 협동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대의 주인공은 어느 하나가 아니라 모두가 된다.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에 집중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마지막 곡이 끝을 맺자, 그제야 긴장을 머금던 연주자들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얼굴에도 감동과 기쁨의 웃음이 퍼졌다. 공연을 마치고 친구들의 꽃다발에 휩싸인 채 “행복하다”고 말하는 최육락(도시공학·04)씨에게서 그가 느낀 ‘유포니안의 행복’을 조심스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승희 기자 unique_hu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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