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의 최종협상, 무엇때문에 늦어졌나?

한국과 미국,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한국의 의회 비준 절차는 간단하다. 정부가 제출한 비준 동의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토론을 거쳐 의결된다. 본회의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과반수가 동의하면 통과하는 것으로 국회 비준은 수치상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48명의 의원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비상시국회’를 조직했으나, 비준을 부결시키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다. 한국일보 조사에 따르면 입장을 유보한 의원이 41%에 달하는데, 이들의 향후 행보가 비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반대 세력이 국회비준 저지 투쟁을 벌이기로 해 마냥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김정식 교수(상경대·국제금융)는 “이해관계로 인한 반대는 보상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범국본 등 반(反)세계화 기치를 내건 반대는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업계별, 의원별로 찬반이 갈리고 있다. 자동차, 쇠고기 업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로비스트를 동원해 의회 비준을 막겠다고 나섰다. 이에 반해 금융, 돼지고기 업계와 정부 각 부처는 찬성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미국이 강세인 산업, 즉 비교 우위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이념적 반대가 거의 없는 미국은 비준 절차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까다로운 국회 비준 절차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FTA 반대 분위기가 비준을 힘들게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48시간의 최종협상,
무엇때문에 늦어졌나?

뼈 있는 쇠고기와 자동차 관세 조율하다갉

지난 3일, 14개월에 걸쳐 협상이 이뤄진 한·미 FTA가 타결됐다. 한·미 FTA는 상품, 농업, 투자, 무역규제, 서비스 등 총 17개 분야에 관한 협정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 FTA의 타결은 기한시간을 48시간이나 넘기는 난항 속에서 이뤄낸 결과다. 특히 농산물, 자동차, 섬유 분야는 마지막까지 양국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간 주요 협상 부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미국측이 쇠고기 개방을 강하게 주장해 애초 협상 대상이 아니었던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에 대한 합의문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에서는 ‘이에 대한 서면 약속을 해줄 수 없다’라고 맞섰다. 결국 협상은 막판에 노무현 대통령의 ‘적절한 절차와 시기에 개방하겠다’라는 구두 약속으로 극적 타결됐다. 또한 관세의 경우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가공품, 천연꿀, 대두(콩) 등 민감 품목의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한다고 합의했다. 오렌지는 관세을 없애는 대신 감귤 수확기간에 높은 관세를 부여하는 계절 관세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의 경우 우리측에서는 ‘우리 자동차에 대한 미국측 관세 즉시 철폐’를 내세운 반면 미국측에서는 ‘3년 이내 철폐’로 맞섰다. 결국 양국은 ‘3천cc 미만의 승용차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와 ‘3천cc 이상의 승용차는 3년 내 관세 철폐’라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섬유의 경우 미국의 민감 품목으로 미국이 우리측에 양보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는 협상 마지막에 현재 12%에 해당하는 미국의 관세를 5~10년 동안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수정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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