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아래 총학)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간의 갈등은 총학생회 회칙(이래 회칙)과 관련해 표면화되고 있다. 총학은 지난 3월 15일 열린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 ‘연세 사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하며 회칙 전면 개정 의지를 밝혔고 22일 회칙 개정안 발의 및 학생총투표를 공고했다. 이 과정에서 중운위원들은 총학 측의 독단적인 회칙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측에서는 독자적인 회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철회하기도 했다.

현 회칙에서 회칙 개정에 관한 조항은 제15장 ‘회칙 개정’ 편에 있다. 회칙 개정은 전체 회원 1/10, 확운위원 1/2, 중운위원 2/3, 총학생회장의 요구로 발의하며 학생총회 참석 인원 과반수, 총투표 참여 인원 과반수, 확운위 참석 인원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지금의 회칙은 지난 1988년 6월 15일에 제정돼 2003년 4월 2일에 1차 개정이 있은 뒤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총학생회장 최종우(신학·04)씨는 ‘연세 사회에 드리는 글’에서 “1988년에 제정됐을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회칙 전문은 학생 성원들의 이해와 거리가 멀다고 판단된다”며 회칙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현 총학은 선거 당시부터 회칙 전문 수정과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아래 한총련)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바 있다. 회칙 제48조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한다’는 ‘통일위원회’나 ‘학내 진보적 운동 단체들과 개인들의 상설적 공동투쟁본부의 활동을 한다’는 ‘민중연대위원회’가 총학 산하 특별위원회로 버젓이 명시돼 있는 현 회칙은 20여 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대학 사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에 의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05년 당시 총학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총련을 탈퇴하기도 했으나, 현 총학은 회칙 개정을 통해 외부단체의 가입 및 활동여부를 학우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명문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 /그림 손혜령

이번 회칙 개정안에서 총학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재정의 투명성 확보 △의사구조의 투명성 확보 △외부단체 가입여부의 결정 △특별위원회 재정비 등의 네 가지 부분이다. 변화한 사회에 발맞춘 회칙 개정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이번 회칙 개정에 대해 일반학생들의 입장은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하진(화학·02)씨는 “일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다”며 “총학 쪽이 일부러 회칙 개정에 관한 중운위와의 갈등을 이슈화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 “솔직히 총학이 하는 일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권기용(생활디자인·05)씨처럼 현 사태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존재해 회칙 개정과 관련한 학생 총투표가 ‘그들만의 잔캄가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중운위원들은 회칙 개정과 관련한 총학 측의 입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과대 학생회장 신으뜸(기계공학·05)씨는 “회칙 개정이 부분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독단적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며 “총학은 총여 폐지나 외부단체 가입 여부 결정 등 자극적인 요소로 회칙 개정안에 대한 관심을 끌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총여학생회장 정이나래(불문·05)씨는 “현재의 회칙 개정안이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안들을 한꺼번에 담고 있고, 그것을 단 한번의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최하얀(경제·05)씨는 “이 사태가 연세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이긴 하지만, 이 일 때문에 중운위원들의 업무가 밀려 있는 상태다”라며 “현재는 그저 추이를 지켜보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계획”이라 밝혀 현재로서는 총투표가 이뤄지기까지 총학과 중운위 간 충돌은 예측되지 않는다.

회칙 개정과 관련해 총학생회장 최씨는 “오는 19일까지 2회에 걸쳐 회칙 개정안을 수정할 계획이다”라며 “곧 제안지 배포 및 수거를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중운위윈들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의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학과 중운위원들은 회칙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각각 다른 입장으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총학과 중운위는 학생사회의 대의기구인 만큼 회칙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현재의 대학사회에 걸맞은 회칙 개정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