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그곳, 학회에 대해 알아본다

새 학기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과반, 동아리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간 3월. 그런데 지금 당신은 개강 때 다짐했던 알차고 보람 있는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가? 인간관계에 얽매이고, 강의시간에 쫓기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대학생활의 참맛을 잃어가고 있진 않은가? 만약 이러한 당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같은 뜻을 공유하는 모임인 ‘학회’에 주목해보자.

▲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마케팅을 현장으로 끄집어내다

마케팅 연구와 실제적 적용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경영대 MARP(Marketing All Round Players)는 지난 1992년 장대련 교수(경영대·마케팅)의 마케팅원론 수강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 학회를 지도하고 있는 장 교수는 “수업시간에 무심코 학생들에게 던진 한마디가 지금의 MARP가 됐다”고 회고한다. MARP의 활동으로는 학기 및 방학 기간에 진행되는 그룹 스터디가 있는데, 마케팅을 중심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목적으로 하며 선배 및 특별 강사의 강의도 곁들인다. 이와 함께 서울대 ‘N-CEO’, 고려대 ‘FES’와의 교류를 통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마케팅적 마인드를 길러낸다.

지난 3월 15일에 있었던 리크루팅 설명회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MARP의 비전과 활동 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어갔다. 오진회(경영·04)씨는 “해외 유수의 기업들을 방문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라며 “이론으로만 접했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더욱 끌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MARP는 더불어 경영학과 내 다른 분야의 학회인 YMCG(연세 경영 컨설팅 연구회), GMT(세계경영트랙)와 연합해 종합적 경영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 놓았다. 

살아있는 역사를 찾기 위한 대장정

신촌 지역의 4개 대학(우리대학교,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이 연합해 결성한 역사학회 ‘바른 사(史) 모임’도 주목할 만하다. 5년 전,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자극받은 우리대학교 사학과의 몇몇 학생이 같은 뜻을 가진 타 대학교 학생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기의 취지에 걸맞게 최근까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친일파 청산문제, 민청학련 사건 등 현대사의 역사적 논쟁을 집중적으로 토론해오고 있다. ‘바른 사 모임’ 회장 이화여대 이은숙(철학·04)씨는 “우리 학회는 역사책 속의 죽은 역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가치를 지니는 산 역사를 찾아 연구하려고 노력한다”며 학회의 활동 목적을 밝힌다.

특히 동북공정과 관련해서 지난 2006년 중국 심양을 직접 방문해 옛 고구려의 자취를 찾았으며, ‘우리 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와 함께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호소문을 제작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5월에 ‘나의 신촌 탐방기’ 같은 행사를 주최해 지역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방향도 제시한다.
    

서릿발 같은 단호함으로 이슈를 잡다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싶었다”는 손성준(행정·05)씨의 말처럼, 행정학과 시사학회 ‘서릿발’은 우리 사회의 주요 논제를 집중 조망하고 정기적인 토론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학회에서 다루는 이슈는 보유세 논란, 태아 성감별 행위 처벌 문제, 전시 작통권 문제 등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다. 또한 가끔 학내 이슈도 다루는데, 지난 29일에는 총학생회의 회칙 개정안 중 총여학생회 폐지 논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정연주(행정·05)씨는 “우리가 속한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사회 전반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취지를 말한다.

▲ 행정학과 시사학회 ‘서릿발’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윤영필 기자 holinnam@

그런데 근래에 들어 학회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한다. 김하나(행정·05)씨는 “순수 학문을 다루는 인문 학회나 우리 학회처럼 사회 문제를 다루는 학회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특히 회원들과 함께 활동을 해나갈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릿발’은 행정학과의 과방과 동아리방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어 토론 공간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관심 저하와 학교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수십여 년의 전통을 가진 몇몇 학회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기도 하다.

대학생활에서 학회 활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요즘의 대학은 언제부턴가 면학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캠퍼스와 사회를 물리적, 심리적 잠금 장치로 나눴다. 학생들의 광장은 건물들로 채워져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관심과 열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학회는 더욱 절실한지 모른다. 보다 가치 있는 삶을 만들고 강한 열정과 호기심을 재생산하는 그곳, 학회에 좀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보자.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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