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비법, 재테크를 해부하다

“큰 돈을 벌고 싶다. 하지만 본전도 찾지 못할까 두렵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재테크’라는 이름 앞에서 한번쯤 느껴봤을 생각일 것이다. 더구나 아직 ‘투자’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학생이라면 이런 생각들 때문에 선뜻 재테크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한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당신이 돈을 다뤄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머뭇거리는 바로 지금도 이미 많은 대학생들은 재테크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테크는 손 내밀면 닿을 곳에

우리대학교 ‘부자 동아리’는 주식, 펀드, 창업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재테크 동아리다. 부자 동아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환(경제·02)씨는 “졸업할 때 개인당 1천만 원 이상씩 벌어서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동아리의 포부를 밝혔다. 그 목표대로 김 씨 역시 1년여 전부터 개인적인 재테크에 힘을 쏟고 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 관념이 많이 부족했다”는 김 씨는 “당시의 월수입은 고스란히 지출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가 재테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병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마침 군대 선임이 주식투자를 하던 사람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대 후 돈을 모으기 위해 과외, 음식점 아르바이트, 심지어 쓰레기 수거차 아르바이트까지 했다는 그는 “저축량을 늘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이자율이 높은 금융상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마련한 종자돈으로 주식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는 그의 현재 자산상태는 어떨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긴 꺼려했지만, 그동안의 주식투자에서 평균 수익률 20%정도를 기록하며 이미 동아리에서 설정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동아리 내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모은 학생도 있다고 하니, 실로 재테크가 우리와 동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대학생을 포함한 20대 층에 불고 있는 재테크 열풍을 감지할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베스트셀러 시장인데, 교보문고에서 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제목에서부터 보여지듯 이 책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주 독자로 겨냥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책의 저자 정철진씨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돈에 갖는 호감도가 많이 상승한 것 같다”며 “젊은이들이 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렸던 과거와는 다른 오늘날의 상황이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정 씨는 재테크에 대한 20대들의 큰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20대에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고, 특히 주식이나 펀드를 하면서 실패를 맛보는 것도 나중엔 다 자산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20대에서만 발휘될 수 있는 특유의 ‘모험 정신’을 강조하면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는 지금이 많은 투자경험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덧붙여 “20대에 실패를 겪어보는 것이 30~40대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을 만드는 하나의 실전 경험으로 남는다”고 역설했다.

‘실패’가 아니라 ‘자산’입니다

실제로 정 씨의 말처럼 좋은 실전 경험을 한 사례도 있다. 우리대학교 재테크 동아리 ‘YIG’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백상현(경제·05)씨는 마치 한 편의 시트콤 상황과 같은 일을 당했던 장본인이다. 동아리에서 마련한 자금으로 펀드를 운영하던 지난 2006년 10월 경, 그는 동아리 회원들과 상의한 끝에 3~4개월 동안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한 회사의 주식을 처분했다. 건물의 소방 시스템을 맡아 제작하던 회사였는데, 전체적인 건설 경기의 침체와 함께 그 회사의 주식도 함께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거짓말처럼 그 회사의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백 씨는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당시의 선택은 펀드매니저를 맡던 나와 펀드팀이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다”며 “기업의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대, 결코 빠르지 않은 시기

그렇다면 그때의 손실은 정보의 한계에서 온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까? MBC 『경제야 놀자』에서 시청자들에게 경제 관련 정보를 제공했던 삼성증권 신라호텔지점장 우승택 PB(Private Banking)는 이 사례에 대해 “아마 주식의 시세를 좀더 다양하게 분석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라며 “주식은 하루에서 일주일로 또 한달로, 그리고 일년 단위로까지 크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게임의 룰을 복잡하게 만들어 어리석은 사람들이 흘린 돈을 똑똑한 사람들이 줍게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금융”이라며 “재테크는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깨달은 20%의 사람들이 못 깨달은 80% 사람들의 돈을 가져간다”는 금융시장에서 부족한 지식으로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우 PB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에 대한 교육이 너무도 부족함을 안타까워 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만 10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Child Trust Fund)’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 펀드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인출이 불가능하다. 한가지 더 주목할 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동에게는 정부가 보조를 해주며 나중에 정부에서 보조해준 원금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지난 2001년 ‘청소년 금융교육법안(Youth Financial Education Act)’을 통과시켜 청소년들의 금융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가 아직 젊은 20대들의 재테크 열풍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선진국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탄탄한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흔히 주식시장을 비롯한 재테크 세계에는 ‘지금이 지금이 아니다’란 말이 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주식 요즘 괜찮아, 지금 사도 돼”라는 말을 들으면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이며 많은 날을 보내고 나서야 “지금 사도 돼요?”라고 묻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은 이미 상황이 좋았던 그 옛날의 ‘지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촌각을 다퉈야 하는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보다 빠른 상황 판단과 결정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자신이 재테크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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