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교육론’의 황금중 교수. /김평화 기자 naeil@
요즘 대학에서는 각종 ‘고시(考試)’ 바람이 거세다. 이는 비단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취업’이라는 관문은, 이 땅의 젊은이라면 누구든지 피해갈 수 없는 일종의 ‘고시(考試)’가 됐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서점에서는 취업 관련 시험 교재가 불티나게 팔리고 대학가에는 번듯한 취업 전문 학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한편 대학 강의는 실용주의 학문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일까. 우울증, 수면장애 그리고 자살에 이르기까지 대학생들은 지독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이렇게 심신이 지친 학생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수업이 있다. 바로 교육과학대학 전공 수업인 ‘마음교육론’이다. 황금중 교수(교과대·동양교육사/철학)의 지도로 이뤄지는 이 수업은 “교육학 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교수는 “요즘 학생들의 공부 지향점이 지나치게 외부를 향해 있다”며 “생존이나 출세, 명예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완성해가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을 이뤄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황 교수의 ‘마음교육론’ 수업은 인간의 삶의 중심인 ‘마음’의 의미를 점검하고 ‘마음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유가, 도가, 불가 등 동양의 대표적인 교육사상의 ‘심학(心學)’ 담론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마음과 관련된 현대의 다양한 논의들을 끌어들여 이론적, 실천적 문제를 해명해 가고자 한다. 수업은 주로 대표적인 관련 저술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학생들은 매주 수업 내용의 의견과 질문을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고 여기에 대해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제한적인 수업시간에 미처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황 교수는 “학생들의 보고서는 비단 학생들의 이해를 심화하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새로운 교육학적 담론으로서의 마음교육론을 다듬어가는데 지적 자극과 도전이 된다”고 말한다.

지난 20일 수업은 학생들의 발표 수업으로 이뤄졌다. 한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시작된 발표는 우리의 몸이 마음의 지배를 받는 사례 등을 통해서 우리 삶에서의 마음의 창조적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수강생인 강은경(교육·05)씨는 “교육의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많은데도 사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중요시 한다”며 “이 수업은 지식교육만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 하며 교육에서 마음을 문제 삼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당면하는 모든 현실이 마음의 소산’이라는 황 교수는 “마음의 창조성은 긍정적, 부정적인 방향으로 모두 나타난다”며 “마음의 본질에 입각한 긍정적 방향의 창조가 일상화되는 역량을 길러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마음+몸=뫔’의 새로운 명제를 제시하면서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마음획득을 강조하기도 한다. 황 교수의 마음교육은 ‘고시(考試)’에 찌들은 요즘 대학생들에게 한번쯤 쉬어가도 좋을 그루터기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