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준비하겠다는 친구들 많죠”라며 이미선(행정·06)씨는 입을 열었다. 이 씨는 “그런 거 보면 확실히 대학가에 고시열풍이 분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녀 역시 행정고시(아래 행시)를 준비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기도 하다. 이 씨 뿐 아니라 우리대학교 많은 학생들이 고시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고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 증가가 언론에서 말하는 우리 사회의 고시열풍으로 이어진다고 봐도 되는 것일까? 

법무부에서 발표한 최근 10년간의 사법시험(아래 사시)합격 통계자료를 보게 되면 사시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1997년 사시 1차 응시자 수는 1만5천5백68명이었지만 10년 후인 2006년에는 1만6천2백90명으로 집계됐다. 중간에 들쑥날쑥한 증감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응시자 수는 10년 동안 겨우 2백여 명 정도 증가한 것이다. 사시 최종 합격자가 6백 명에서 1천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작은 증가 수치다.

행시 1차 출원자(원서를 제출한 자) 수 변화 추이 역시 위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인사위원회 인력개발국 인재채용과의 행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행시 1차 출원자는 1만4천6백90명을 기록했다. 행시 역시 7년 동안 증감을 반복했고 지난 2006년에는 1만1천1백50여명으로 나타났다. 행시의 경우 7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이처럼 사시와 행시 등 고등 고시 응시자 수를 본다면 현재 대학가의 모습을 고시 열풍으로 부풀려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응시자 수는 별반 변한 것이 없는데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씨처럼 대학가에 고시 열풍이 분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림동에 위치한 고시 전문학원인 춘추관 이민수 원장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고시에 대한 선호도 증갗로 꼽았다. 이 원장은 “현재 상황을 고시 열풍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이는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 주는 고시에 대한 선호감이 높아진 것으로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고시를 신분상승을 위한 통로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 고시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시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한창 대학생활을 만끽해야 할 대학교 1,2학년들 역시 고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대학교 법과대학 사시지원팀 김대영씨는 “저학년들이 고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공부를 열심히 하는 듯하다”라며 “예전에 비해 1,2학년들의 사시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다”라고 말했다. 최근 학교 차원에서 고시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것도 ‘대학가 고시 열풍’을 느끼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교도 현재 사시와 행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국가고시지원센터를 설립했으며 현재 법과대는 총 3개의 고시반을, 타 전공과들 역시 그에 맞는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06년 우리대학교에서는 총 1백21명이 사시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느끼는 고시열풍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고시를 바라보는 측면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48회 사시 최연소 합격자인 최승호(법학·01)씨는 “고시는 빛과 그림자의 차이가 큰 공부인데 많은 사람들이 고시의 빛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고시에 성공한 최 씨지만 그 역시 두 차례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그는 고시에 성공한 선배로서 “안정적인 지위만을 바라고 고시 준비를 하기에는 잃는 것이 많은 공부입니다”라고 말한다.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고시 열풍에 관한 오해 아닌 오해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안정만이 최우선시 되는 가운데 생긴 하나의 해프닝이 아닐지.        


/신인영 기자 kong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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