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1백만 시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숫자다. 지난 2000년 이래로 전체 실업률은 4.4%에서 3.5%로 줄어든 반면 청년 실업률은 8% 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청년실업이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닌 상황에서, 취업난이란 그늘에 드리워진 대학의 모습은 어떨까.

취업 찾아 3만 리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들이 학점 잘 주는 교수의 강의를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박성준(경제·05)씨의 말처럼, 학생들에게 학점관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고 있다. 학점관리는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돼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김민정(응통·06)씨는 “2학년이 되면서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학점관리의 압박이 시작됐다”며 학점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요즘 학생들에게는 취업과 학점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취업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경제학과를 이중전공으로 고려중이다”라는 이경화(영문·05)씨의 말에서 보듯 대부분 인문계열 학생의 경우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경제나 경영관련 학과를 이중전공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웅 교수(사회학·사회정책)는 “학부제 이후 전공이수학점이 적은 상황에서 취업관련 준비까지 함으로써 학부수준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실력이 표준화된 인력은 증가했지만,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인이 부족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스터디 모임부터 어학원, 어학연수까지 어학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어학성적은 취업준비에서 필수코스로 꼽히기 때문이다. 유명 어학원은 방학이 되면 등록을 원하는 학생들을 다 수용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토익 점수는 이과생들의 경우 7백점, 문과생들은 8백점 정도의 커트라인만 지키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학생들이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까지 어학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유 아무개(사회·00)씨는 “영어가 우선시 되는 분위기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받고 보자는 마음인 것 같다”라고 그 원인을 말했다.

나아가 스터디 모임은 효율적인 취업준비라는 측면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대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과 중앙도서관의 게시판에서 스터디 멤버를 모집하는 많은 글들이 그 증거다. 마경재(전기전자·03)씨는 “학교에서는 수학공식을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반면 기업에서는 공식을 이용한 실무를 요구한다”며 스터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학부수준 이상의 공부를 하기 위해 스터디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영어회화 스터디와 면접 스터디를 각각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있는 오태현(전기전자·01)씨는 “혼자서 하기에는 많은 양을 서로 나눠서 공부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라며 “면접 상황처럼 훈련하기 때문에 실제 면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이 스터디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막무가내식 스펙 올리기는 경계해야 한다. 스펙은 이력서를 뜻하는 'Specification'의 약자로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학점, 토익점수, 해외연수 유무 등으로 설명되는 구직자의 수준과 위치를 나타내는 외적 요건을 일컫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홍보팀 강정화 직원은 “구체적인 진로를 설정하지 않은채  취업준비자들이 스펙 올리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이러한 취업 풍속도를 비판했다.

아, 힘들다!

이렇게 취업준비를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은 무시할 수 없다. 유 씨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이지만 주위사람들이 내 여유에 대해 더 불안해해서 힘들다”고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을 전했다.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취업을 준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보다 일찍 취업을 한 사람들을 보면 위축된다”고 고백했다. 이번 학기 졸업 예정인 김은정(경영·03)씨 역시 “대부분 3학년 때부터 구체적인 진로설정을 하는데, 이 때 받는 스트레스는 수능 스트레스를 앞지른다”며 “혼자 가야하는 길이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새내기들에게도 취업에 대한 부담은 존재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새내기 6백6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15일부터 20일까지 ‘대학생활 동안 가장 열심히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준비’가 21.3%로 1위를 차지했다. 새내기 한재훈(상경계열·07)씨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대학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며 대학의 모든 활동이 취업의 수단이 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반면 외국의 대학은 취업에 있어 우리나라 대학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선진국은 직종이 비교적 다양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가 쉬우며, 사회적으로 이직률이 크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부담이 없다. 1년 동안 뉴욕 주립대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김정린(경영·04)씨는 “우리나라처럼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대부분 4학년 1,2학기 즈음 인터뷰 준비 정도만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실업, 만만치 않아

지난 2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비경제활동 인구인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할 경우 체감 청년실업률이 15.4%에 이른다고 발표해서 세간의 화제가 됐었다. 우리대학교 역시 취업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우리대학교 취업정보실은 IMF 이전의 우리대학생의 취업률을 80% 후반대로 추정했는데, 이는 77.1%인 올해 취업률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그 중에서 비정규직 취업 비중은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오영민 직원은 “3% 미만이었던 비정규직 취업비율이 IMF이후 6%에 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직원은 덧붙여 “장기화된 취업난에 따라 더 이상 연세대라는 이름이 취업에서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며 “이에 따라 학생들이 취업공부에 더욱 열중을 하는 것 같다”고 취업열기의 원인을 분석했다.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률. 이에 따라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진 못하는 현실이다. 취업난 속에서 대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과 환경의 직업을 구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근주 기자 positive-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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