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자기 삶의 의미를 혼자서 결론짓는 일이다. 그러나 쉽게 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살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어벽이 무너지는 때는 유명인이나 주변인의 자살 소식을 접했을 때다. 이들에 대한 동조가 ‘나도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연세상담센터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활의 만족도 수준이 보통 이하인 학생이 약 42%, 대학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학생이 44%를 차지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조사에 응답한 학생의 71%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뛰어난 결과를 이뤄내야 하지만 모두가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교 상담센터 정승진 전임상담원은 “빠른 성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상대적인 좌절과 불안을 느끼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죽고 싶다는 대학생들 중 많은 수가 자기비하를 한다. 고통 자체가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존재 자체로 귀한 사람이라 생각하기보다는 무슨 일이든 잘해내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자살을 결심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공통된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극심한 절망감이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느낄 수 있는 우울증 역시 심해지면 곧바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 “나를 도와주세요, 잡아주세요”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자살을 결심하면 그들은 어떤 단서를 남기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시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를테면, 그들은 절망감 또는 무력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기 물건을 남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 전임상담원은 “이런 신호들은 정말 죽고 싶어도 누군가 나를 도와 달라는 뜻이므로 당사자를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지만 분명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상담센터에 오는 학생의 경우 상담을 받는 동안에는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하지만 죽고 싶다며 허락해달라는 문자를 보내는 내담자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나중에 ‘사실은 정말 죽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붙잡아 주기를 기다렸다’며 이야기를 꺼냈던 학생도 있다고. 극도로 우울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주저한다. 이때 우리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눠서 그들의 결심을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온갖 감정을 외면하고 억압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입학 이후 그동안 참고 지냈던 문제들이 자꾸 고개를 쳐든다. 폭발할 듯 부글부글 끓는 감정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만 그 감정의 이름을 모르는 까닭에 더욱 혼란스러운지도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왜 죽고 싶은지 이해하지 못해 자살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활뿐만 아니라 자신을 힘들게 하는 난관에 부딪칠 때 그 고통에 이름을 붙여보자. ‘아, 내가 이래서 그랬구나!’라고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건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의 탈출구가 분명히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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