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인의 활동지역, 신촌의 밤거리를 조명하다

주말 유동인구가 무려 50만이라는 신촌. ‘신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아마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유흥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덕분에 이곳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엄청나다. 2007년 3월 14일, 일명 ‘화이트 데이’라고도 불리는 연인들의 기념일, 이 날 저녁부터 기자는 시간에 따라 점차 변해가는 신촌 유흥가의 모습을 관찰해봤다.

PM 8:00~10:00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슬슬 밖으로 나온다. 빨간 불이 켜진 횡단보도 근처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보통 신촌은 이때를 기점으로 해 본격적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 그리고 버려진 전단지들로 더욱 좁아 보인다. 더구나 특별한 날인만큼 사탕과 초콜릿, 꽃을 파는 노점상들도 가세해 평소보다 한층 더 복잡하다.

PM 10:00~11:00
점점 많은 사람들이 신촌거리를 메운다. 길가의 쓰레기통 주변엔 제법 많은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있다. 일회용 종이컵과 과자 봉지를 비롯해 꽃이나 사탕바구니·선물포장지, 그리고 수북이 쌓인 전단지와 버려진 신문·잡지들까지 눈에 띈다. 아직 정류장에는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만원인 신촌. 일주일에 3~4번은 신촌에 나온다는 송기수(27)씨는 “항상 지저분한 것 같다”며 신촌의 밤거리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했다.

PM 11:00~12:00
속칭 ‘삐끼’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 지나가는 사람을 한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명함까지 손에 쥐어주며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손에 들어간 명함들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미 바닥에는 노래방과 호프집의 명함들이 널려있다. 밤 11시 30분 쯤, 길거리를 채우던 커플들은 사라지고 삼삼오오 무리들이 거리로 나온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연세인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아카라카’에서 ‘원시림’까지 20분 정도 신나게 응원을 하지만 행인들은 인상을 찌푸린다. 

AM 00:00~01:00
대부분의 음식점은 문을 닫고 네온사인만이 화려하게 신촌을 밝힌다. 음식점 사장인 이건직(44)씨는 셔터를 반 만 내린 채 문 앞에 너부러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이 씨는 젊은이들이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식들이 버린 것 같아서 점포 앞만이라도 청소한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아무개(20)씨는 “음식을 시켜놓고 안 먹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명물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막차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인지 정류장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이송은(국문·05)씨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워낙 많아 사람들이 버릴 때 죄책감이 안 드는 것 같다”며 쓰레기가 많은 이유를 추측했다.

이 때 대학약국 앞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미화원은 점포마다 내놓은 쓰레기를 치우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땅에 바짝 엎드려 차 밑에 있는 쓰레기까지 찾아내 트럭에 담는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저녁부터 새벽까지 무한대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한다”며 “인터뷰는 다음에 하자”라고 말하고 급히 차에 탔다. 할당된 지역의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수거해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몇 분 몇 초가 아까운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일주일에 3번만 수거하면 되지만, 신촌지역은 쓰레기가 많이 유출되기 때문에 매일 일을 해야만 한다.

AM 01:00~02:00
어느덧 시침이 한시를 가리킨다. 노점상들도 대부분 철수하고 떡볶이 포장마차만이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명물거리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진 길에서 빈 상자를 수집하는 분을 만났다. 이 시각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김영진(43)씨는 “다른 지역보다 빈 상자가 많이 나온다”며 운이 좋으면 1천 박스 정도 모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와 헤어지고 거리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떠난 빈 거리에 스산한 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신촌은 낮에는 밀려오는 사람들에게, 밤에는 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이제 지쳤을 법도 하다. 대학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간직할 신촌을 조금 더 아껴주는 것은 어떨지. 

환경미화원, 이들이 없다면 신촌은 금세 쓰레기로 뒤덮일 것이다. 17년간 미화원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서대문구 가로(街路)미화원을 총괄하고 있는 강금화씨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Q: 신촌에서 청소작업을 하는 시각은 어떻게 되나요?
A:  정해진 근무시간은 새벽 5시부터 낮 4시까지다. 하지만 신촌일대를 담당하는 가로미화원은 새벽 4시에 나와 청소한다. 그 때 시작해야 출근 시간인 아침 8~9시까지 청소를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미화원이 새벽 5시 이전에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산재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Q: 가로 청소를 할 때 어떤 점이 힘드나요?
A: 술집 근처 거리를 청소할 때 손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깨진 술병과 닭 꼬치의 꼬챙이에 손이 찔리기 때문이다. 꼬챙이에 독이 있어서 치료과정에서도 고통을 겪는다.

Q: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A: 날씨가 따뜻해지면 겨울보다 거리가 더 지저분해 진다. 1km 간격으로 토사물이 3~4개까지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점포 앞에 놓인 쓰레기 종량봉투를 보면 갖고 있던 쓰레기를 버리는데 일회용품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러나 아침에 너무 바쁘고 양이 많아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일회용품을 되도록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글 조근주, 김세정 기자 ksj17860@
/사진 송은석, 김평화 기자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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