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올해도 만나보셨나요?”

매년 봄나들이 생각에 가슴 설레는 이 맘 때쯤이면 우리의 마음을 봄에게 빼앗기는 것을 시샘하듯 ‘그분’이 우리를 찾아온다. 그 분의 이름은 바로 ‘황사’. 이렇듯 언젠가부터 황사를 맞이하는 것은 하나의 연례행사가 돼버린 듯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와 황사의 만남이 시작된 것은…

황사, 그 질긴 인연

요즘 들어 황사가 부쩍 잦아졌다는 뉴스를 접한 이들은 황사현상이 중국의 개발 정책에 따른 사막화 때문에 최근에서야 생겨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황사현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최초 기록은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 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전해오는 이 기록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황사(黃砂)’가 아닌 ‘우토(雨土)’라는 용어를 썼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雨)’란 비를 가리키기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움직임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흙먼지’ 정도로 해석돼 지금 우리가 말하는 ‘황사현상’과 같은 것이 된다. 이렇듯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그 당시에는 황사를 하늘의 경고와 징벌로 여겼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황사를 꺼리는 우리의 마음은 한결같은 것 같다.

없앨 수 없다면, 피하라

황사는 국가적으로 막대한 산업피해를 일으키고, 개개인에게는 미세먼지의 흡입으로 인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등 많은 문제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공조로 이뤄진 ‘방풍림 조성사업’이다. 방풍림은 황사가 통과할 때 모래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래의 이동과 축적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중국의 5개 사막 주변지역에 각각 1백만 달러를 지원해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막화의 진행 정도를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황사의 발원지인 사막 그 자체를 없애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부터 황사를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신속한 예보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구축 중인 ‘한·중 황사 관측망’은 정확한 예보를 위한 대표적인 장치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기상연구소 황사연구팀 박기준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접 중국의 5개 지역(쥬리허, 유스, 후이민, 퉁랴오, 타롄)에 관측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5개 지역(하미, 둔황, 엔안, 둥성, 우라터중치)의 관측소로부터도 실시간으로 자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박 연구원은 “올해 안에 중국의 5개 지역(얼롄하오, 칭다오, 츠펑, 단둥, 시핑)에 관측소를 신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욱 정확한 황사예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측소 신설 대상 5개 지역 중 츠펑, 단둥, 시핑 지역은 만주에 위치한 곳인데 이곳에는 ‘커얼친 사지’라는 황사 발원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측소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상청에서는 관측소가 지어지기 전까지 ‘모니터링 요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만주 지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측 자원봉사자와 유학생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만주 지역에서 황사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기상청으로 전화를 걸어 그쪽 상황을 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첫 발을 디딘 해양연구

일반적으로 황사라고 하면 대기에 관해서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의 발원지로부터 황사가 불어올 때는 우리의 바다를 반드시 지나게 되고 바로 이 때, 황사 먼지에 붙어 있던 중금속과 각종 유해물질이 바닷물로 스며들어 해양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황사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라는 이름으로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 연구는 중국 측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영향을 끼치는 모든 방향을 조사하기 위해 서해(백령도), 남해(제주도), 동해(울릉도)에 각각 해양고정관측점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양고정관측점의 역할에 대해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연구본부 이희일 책임연구원은 “여기서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분진을 매일 채집하고 있으며, 황사가 발생했을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하기 위해 각각의 경우마다 바닷물을 채집하고 그 성분을 분석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이번 연구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며 이는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번째는 해양생태계 피라미드의 1차 생산자인 식물플랑크톤과 그외 우리의 식생활과 관련있는 해양생물의 오염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발생할 수도 있는 ‘황사에 의한 해양과 대기의 오염으로 인한 국가 간의 책임소재를 묻는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위에서 언급한 ‘황사 발생 여부에 따른 바닷물의 성분 차이 분석’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책임연구원은 “조사결과 실제로 중국에서 석탄연소가 이뤄진 기간에는 해수 속의 중금속이나 유기오염물질이 평소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우리 측의 해양오염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에 결합된 오염물질에 영향 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연구의 성과를 밝혔다.

현재 이 연구사업은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단계를 완료한 시점이다. 올해부터는 2단계 연구가 시작되는데, 지난 단계에서는 관측점을 설립하고 연구를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모으는 데 치중했다면, 2단계부터는 중국, 일본 등과의 공조를 통한 연구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땅, 하늘, 바다 할 것 없이 모두 황사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간과 포근한 가정의 식탁까지 의심하게 된 지금의 상태. 이 시점에서 그 옛날 선조들이 황사를 보고 하늘이 내리는 경고와 징벌이라 여겼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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