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백양로’ 사업 시행 후에도 안전 위협 여전해…

2007학년도 1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차 없는 백양로’ 사업(아래 백양로 사업)이 시작됐다. 이번 시행은 그 1단계로서, 독수리상 삼거리에서 우체국 앞 도로까지 백양로 약 150m의 구간을 평일 아침 10시부터 낮 5시까지 통제한다. 연세비전 2020 ‘그린 캠퍼스(Green Campus)’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 단계에만 머물러 비판을 면치 못했던 백양로 사업이 드디어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정창영 총장이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백양로 사업의 목적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과 면학 분위기의 개선’을 위한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되면서 연세인들의 큰 관심을 모아온 백양로 사업이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까?

▲ /사진 윤영필 기자 holinnam@ 백양로 사업, 또다른 문제 야기해

백양로 사업과 관련해 총무부 손성문 직원은 “시행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잘 돼 가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차량을 통제하는 것만으로 백양로 사업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백양로 사업이 시행되면서 종합관 언덕에서부터 과학관으로 가는 길목에 차량이 몰려들면서 혼잡이 심해졌다. 평소대로라면 백양로를 통해 정문으로 빠져나갔을 차량들이 모두 과학관을 통해 공과대 쪽에서 빠지는 우회로로 모이며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라 주차된 차량과 백양로를 우회해서 다니는 차량들 사이에서 학생들은 보행권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생과대에서 종합관으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일이 많다는 정미지(식품영양·06)씨는 “예전보다 차가 더 많아진 것 같아 위험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손 직원은 “현재 종합관 앞의 혼잡함은 아직 별다른 대책이 없다”라고 말해 학교 측이 사전에 대안 마련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편 백양로의 교통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교통통제원 박아무개씨는 “백양로 사업의 취지가 오토바이 때문에 무색해진다”며 “오토바이를 통제하지 않는 이상 백양로를 오가는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백양로에 차가 없어지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학생과 배달원들이 과속·안전모 미착용 등 갖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오토바이 때문에 학내 구성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인력난을 이유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제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측의 부족한 사업 예산

 

우리대학교의 교통통제원은 모두 18명밖에 되지 않는다. 약 30만평의 넓은 부지와 새로 시작된 백양로 사업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이에 총무부에서는 근로장학생을 선발해 교통정리를 맡기기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선발된 근로장학생들에게 야간 대학원 수업 시 교내로 진입하는 차량 정리를 맡겼으나, 올해부터는 주간에도 교통정리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 “교통통제요원의 확충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예산 부족의 문제로 근로장학생에게 그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백양로 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교내에 차량이 통제되면서 셔틀버스가 운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계획도 현재는 백지화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학교의 한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면 버스 회사에 외주를 줘야 하는데 현재 학교 측에 그럴 여력이 없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결국 백양로 사업은 예산 부족이라는 미명 하에 △우회로 마련 △교통통제원의 증원 △셔틀 버스 운행 △학관 앞 도로 보수 등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등록금이 매해 인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기획해 온 사업을 제대로 시행할 예산조차 빠듯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길


승용차를 이용해 출근하는 우리대학교 문성빈 교수(문헌정보학·정보공학)는 “백양로 사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 구간만 봉쇄하는 지금의 방안도 그 구간 외의 교통 상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 뿐이다”라며 지금의 백양로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변변한 대안이 없는 우리대학교의 상황은 정문에서부터 바로 중앙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차 없는 캠퍼스를 실현하고 있는 고려대와는 크게 대비된다.

 

또한 “백양로에 차가 없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함시우(행정·02)씨의 말처럼 아직까지 학생들은 차 없는 백양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는 학생들이 주로 등교하는 아침 8시~10시, 그리고 학생들이 주로 하교하는 낮 5시 이후의 차량이 통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총무부에서는 “학술정보관이 완공된 후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구간을 확대해 차량을 통제하는 백양로 사업 제 2단계가 시행될 전망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통제 구간과 시간만을 늘리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근본적인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실행된 백양로 사업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데다 인력난과 백양로 사업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린 캠퍼스’를 위한 도약은 비단 학교 측만의 과제만은 아니다. 학생들 역시 오토바이 이용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내 구성원의 바람직한 인식과 학교 측의 적절한 지원이 있을 때 우리대학교는 진정한 ‘그린 캠퍼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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