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책정협의위원회’를 알아본다

  “입학해서 기쁘지만 등록금이 너무 비싸요.”

  올해 우리대학교에 입학한 정용선(화공학부·07)씨의 말처럼 신입생들에게도 인상된 등록금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12%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이 8.7% 인상되면서 등록금 책정 과정과 인상 원인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구성된 회의가 등록금책정협의 위원회(아래 등책위)다.

 

  등책위는 연세사회의 3주체인 학교·교수·학생이 모여 등록금 책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기획실 정책부실장, 기획실 예산조정부장,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교수대표 3인, 직원대표 1인, 학생대표로 총학생회 추천 3인, 원주캠퍼스 총학생회 추천 1인 및 대학원 총학생회 추천 1인이 참석한다. 기획실 정책부실장 김갑성 교수(공과대·도시개발 및 정책)는 등책위를  “등록금에 대해 학교와 학생들이 같이 대화하는 장”이라 설명했다. 등책위는 지난 1996년 구성된 ‘등록금책정자문위원회’가 2004년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로 격상된 기구이다. 이로 인해 등책위는 등록금 책정에 대한 실질적인 심의 기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2006년, 교수평의회의 등책위 불참으로 인해 2006학년도 등책위가 구성되지 못한 채 학교와 학생 측의 논의만 진행됐다.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2007학년도 등책위는 등록금 책정 심의위원회가 아닌 ‘등록금책정협의위원회’로 구성됐다.

 

  2007학년도 등책위는 지난 1월부터 약 한달 동안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등록금 책정과 관련해 신규 사업·재단전입금·입학금·실험실습비 등이 논의됐다. 학생대표 측이 정확한 예산안이 공개되지 않은 신규사업의 축소를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세부적인 계획을 확정해 나가는 상태이므로 축소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재단전입금과 관련해 재단 관계자의 등책위 출석을 요구했으나 재단 측에서는 학교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며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입학금의 불명확한 사용 용도와 입학금이 등록금과 같은 비율로 인상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됐으나 학교 측은 “타 대학에 비해 인상비율이 높지 않다”는 답변만 했다. 이처럼 등책위에서 진행된 논의가 학생 대표와 학교 측의 질의응답에 그치면서 등책위는 등록금 문제의 해결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잃고 있다.

 

  이번 등책위는 심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로 구성되면서 그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등책위의 위상에 대한 논의가 3차 회의까지 길어지면서 등록금 책정에 대한 논의는 뒤늦게 이뤄졌다. 또한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인상률을 통보하는 등의 태도에서 등책위가 진정한 협의기구인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이에 등책위원인 공과대 학생회장 신으뜸(기계공학·05)씨는 “학교 측이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기만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등책위의 진행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등책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세훈(법학·06)씨는 “등책위에 대해 들어보기만 했을 뿐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학생과의 소통이 부재한 등책위는 이제 그 실효성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등책위가 열리기 전인 지난 2004년 이전에 비해 등록금 문제가 크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는 김현(경영·02)씨의 말처럼 현재 등책위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최종우(신학·04)씨는 “등책위에 등록금 책정권이 부여돼 있지 않다”며 그 시작부터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올해부터는 사학법 개정에 따라 대학평의회 구성돼 등록금 책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매년 반복되는 갈등과 투쟁의 고리를 끊고 학내 구성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등록금을 책정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명확히 전달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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