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우리대학교는 등록금을 8.7% 인상했다. 신입생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은 4백만원 가량, 자연과학계열은 5백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했다. 현실로 다가온 1인당 연간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대처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떨까. 

학자금 대출로 해결?

김완(법학·05)씨는 이전 학기까지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해왔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는 학점 기준에 미달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군대와 학자금 대출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입대를 택했다. 김씨는 “휴학하고 학비를 벌까했지만 높아진 학자금 대출 이자와 늘어나는 등록금을 생각하니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규욱(컴퓨터과학·04)씨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해결했다. 이번까지 두 번째 등록금 대출을 받은 최씨는 매달 4만원 가량의 이자를 납입해야 한다. 이자도 부담이지만 등록금 인상에 발맞춰 점점 쌓여가는 대출금은 그보다 더 큰 부담이다. 최씨는 “졸업 후 바로 취업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취업한다고 해도 대출금을 갚을 생각을 하니 결혼은 언제 할지 막막하다”고 말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부 학자금 대출 포탈(http://www.studentloan.go.kr)의 ‘이자 계산기’를 사용한 결과, 한 학생의 등록금을 연 1천만원으로 보고 8학기를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10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10년간은 이자만 갚고, 다음 10년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으로 현행 최장 대출가능 기간)으로 대출했을 때 학생이 갚아야 할 총상환금은 원금 4천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7천9백65만원이 된다. 이 학생이 매달 갚아야 할 이자는 22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비교적 저리의 정부 학자금 대출도 상황에 따라 커다란 부담의 ‘이자 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금리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면서 정부는 다음 학기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에는 무이자, 연 소득 3천2백만원 이하의 중하위 계층에는 이자를 2% 경감하는 정책에 합의했다. 이에 상지대 경제학과 박정원 교수는 “당장 이자율이 떨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박교수는 “학자금 대출을 금융 시장에 의존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자금 문제를 교육제도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부 학자금 대출은 3개월 이상 이자납부를 연체하면 다음 학기 학자금 대출 신청이 차단되고, 6개월 이상 연체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등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이 또한 ‘금융상품’으로서의 학자금 대출이 갖는 한계다.

내 손으로 등록금 벌기?   

지방 출신인 이아무개(경영·05)씨는 지난 방학동안 고향집에 거주하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무려 3개나 했다. 이씨는 “가계가 어려워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하려 거의 매일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모두 마련하지는 못해 결국 절반정도는 부모님께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자금 해결은 대학생들의 주된 아르바이트 이유다. 아르바이트 포탈 사이트 ‘알바몬’이 지난 2월 15~19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새내기의 95.6%가 '대학생활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주요 이유로는 '부모님의 학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다'가 42.3%를 차지해 높아지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이미 새내기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해결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 학기 등록금을 3백30만원(우리대학교 인문사회계열 기준) 이라고 보면  방학 기간 포함 매달 55만원을 벌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시급 4천원 기준으로 보면 매일 4.5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뜻으로, 과외 등의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등록금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 측은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인재 배출을 위한 인건비 지출 등 경비의 증가, 신규사업추진 등의 근거를 들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 복지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각 대학의 등록 기간을 맞아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한 학부모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지난 2006년 2월에는 고교생과 대학생 형제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경찰의 초등학생 자녀를 납치해 2천만 원의 몸값을 요구한 사이에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저소득층에 대한 확실한 배려 없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행위가 갖는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육 투쟁체 ‘우린 개나리가 싫어요’의 오현주(사학·04)씨는 “이번 학기 등록금은 8.7%나 올랐지만 장학금 총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을 보면, 등록금 인상이 학생복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복지에 무관심한 학교 측을 비판했다.

젊은이들의 허리가 휜다

학생증을 발급받으러 학생회관을 찾은 한 새내기는 “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학에 비해 우리대학교의 등록금은 싼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등록금 인상에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학생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등록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과 그 가계다. ‘1인당 연간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다가온 지금, 2~3명의 자녀가 대학에 다니는 가정은 연간 수입에 맞먹는 금액을 학자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만한 금액을 지불하기 힘든 가정의 젊은이들은 ‘사회초년생’이 되기도 전에 큰 풍파를 헤쳐 나가야 한다. 중·고등학교의 구속에서 벗어나 대학(大學)을 펼쳐야 할 대학생들의 허리가 벌써부터 휘고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