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알려주는 내 생활의 즐겨찾기

요즘 김상현(정외·04)씨는 인스턴트 메신저(아래 메신저)를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여러 개의 웹페이지를 띄워 놓고 하던 일들이 메신저 하나로 모두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같은 과 친구와의 수다, 수업과제를 위한 조모임,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를 모은 즐겨찾기 기능, 이 밖에도 쇼핑과 화상 채팅 서비스 등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고 말한다. 이처럼 메신저는 우리 대학생들의 학업과 인간관계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메신저, 골라서 쓰자

한동안 메신저 시장은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편리한 채팅기능으로 호평 받은 MSN의 독주체제였다. 그러나 최근 여러 국내 메신저들의 거센 도전으로 입지가 예전보다 좁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MSN은 다른 국내 메신저와 연동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새롭게 출시된 버전에서는 일상 대화를 하는 것에서 탈피해 쇼핑과 주식 거래 등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했다. 그리고 공유폴더를 만들어 등록한 대상끼리 접속 여부와 관계없이 파일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MSN의 성공에 자극받아 새로운 메신저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는 메신저가 바로 ‘네이트온(NateOn)’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지난 2003년부터 야심차게 선보인 네이트온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시장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연동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전송할 수 있는 장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무기로 최근 여러 조사에서 MSN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누리꾼들 입장에서는 이 둘의 장점을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우리 곁에 함께하는 메신저

‘오늘 조모임은 메신저에서 합시다.’ 이제 이러한 모습은 흔한 풍조가 됐다. 이종혁(심리·03)씨는 “수업 과제를 위한 조모임 대부분이 메신저로 이뤄진다”면서 “서로 시간이 많지 않기에 과제를 나눠 수행하고, 메신저에서 평가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한다. 한편,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연합 세미나 동아리 ‘자유교양’의 정해인(영문·04)씨는 “동아리 특성상 많은 토론이 필요한데, 오프라인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메신저에서 추가로 논의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메신저는 학업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해소시켜 준다.

▲ 메신저를 통해 당신은 외국 학생들과도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있는 김연지(영문·05)씨는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을 메신저로 한다. 김씨는 “해외에서도 호환성이 좋은 메신저로 국내 친구들과 연락한다”면서 “예전에는 해외로 떠나면 당분간 지인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돼 버리기 쉬웠지만, 지금은 메신저를 통해 매일 만나는 친구처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메신저는 유용하다. 외국인과 직접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메신저로 가능한 외국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은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감정이나 의견을 표출하는 창

이러한 메신저에 접속하면 구태여 채팅까지 하지 않더라도 대화명을 통해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원래 대화명은 단순히 자신이 누구인지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누리꾼들은 이를 새로운 의사소통의 용도로도 사용한다. 이를테면 어제 회계시험을 망친 어떤 이는 ‘이 죽일놈의 회계’라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고, 어떤 이는 고(故) 정다빈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의 ▶◀(추모 리본)를 달아 현재의 심경을 표현했다. 그리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원하지 않을 때는 ‘다른 용무 중’, ‘자리 비움’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시하기도 한다.

메신저는 대학생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매개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정치 포털사이트 ‘서프라이즈(http://www.seoprise.com)’에서는 메신저를 통해 정기적으로 정치인과 대학생 간에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정 사회적 이슈를 두고 같은 채팅창에 정치인과 학생들을 함께 접속시켜 토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치평론가 오진숙씨는 “정치적 이익집단들이 서로의 정책을 피드백하기 위해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는데, 이때 메신저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메신저는 우리에게 여론의 수렴과 지향점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유명 토크쇼인 ‘야심만만’이나 ‘상상플러스’는 특정 주제에 대해 메신저로 의견을 물은 다음, 그 결과에 기초해서 제작된다. 

메신저 업계에서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제 메신저는 단순한 채팅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외의 다양한 포털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메신저. 최근에는 사생활 침해, 바이러스 감염의 통로로서 우리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분명 이러한 점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숙제이다. 구성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메신저의 착한 얼굴들을 제대로 알고 이용하자.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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