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事多難 : 여러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음
名不虛傳 : 명사들의 다채로운 강연회
노벨상 수상자 8명, 제인 구달,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어윤대 고려대 전 총장, 손범수·김성주 아나운서… 지난해 우리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던 명사들은 여느 해보다 다채로웠다.
지난해 9월 11일, 12일 양일간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연세노벨포럼은 우리 대학교 학생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국은 노벨상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등의 노벨수상자들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됐다. 첫째 날 지급되던 통역기가 둘째 날 지급되지 않았고 포럼의 내용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너무 전문적이었다는 등의 일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공계열 학생을 비롯한 많은 연세인에게 노벨상 수상자를 직접 만난다는 것 자체가 뜻깊은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학부대학의 주관으로 지난해 11월 7일 대강당에서 열린 제인 구달 강연회는 우리 학부생 뿐 아니라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학생 및 인근 고등학생 등 2천4백여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쳤다. ‘희망의 이유’를 주제로 이뤄진 이 강연에서 제인 구달 박사는 환경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뿌리와 새싹 운동’을 소개하는 등 알찬 강연을 펼쳤으며 “현재 지구가 당면한 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신념과 의리, 두뇌,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자연의 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만 보던 명사들을 직접 만나 강연을 듣는다는 경험이 정말 뜻깊었다”는 김민정씨(생과계열·06)의 말처럼 강연회에 대한 학부생들의 호응은 상당하다. 연구대학으로 거듭나려 노력하는 우리대학교,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더 다양하고 활발한 강연회가 개최돼 학부생들의 견문을 넓혀주길 기대해본다.
自强不息:국내외 대학평가 결과 발표
지난 2006년은 유난히 우리나라 대학에 관한 국내외의 ‘평가'가 많았던 해였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해 7월 SCI 평가에서 세계 104위를 기록해(지난 7월 24일자 「연세춘추」, 'SCI 세계 104위' 기사 참조) 대학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중앙일보」와 영국 「더타임즈」의 연이은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교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국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교는 5위에 머물렀으며, 「더타임즈」가 평가한 세계 200대 대학에는 선정되지조차 못했다. 한편 우리대학교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고려대의 약진은 평가결과에 대한 심적인 아쉬움을 더욱 크게 했다.
반면 ‘묻혀진’ 평가들도 많다. 미국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국내 대학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조사한 대학경쟁력(대학교육의 경쟁사회요구 부합도) 평가에서도 역시 국내 대학은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중요한 것은 국내 대학 간의 순위다툼이 아니다. 국내 대학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대학들은 계속 도약하고 있으며, 이는 여러 세계적 대학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언론기관에 의한 대학평가가 절대적인 객관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평가 기준 자체가 국내 대학에 부적합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으며, 평가자료의 제출 과정에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평가기관이 속한 국가의 대학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항목별 순위 하나하나에 연연해 질이 떨어지는 영어강의를 양적으로만 늘리거나 ‘논문 만들어내기’에 혈안이 될 필요는 없다.
뿐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것과 함께 대학평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도 요구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여건을 가진 학교라도 그것이 문서와 자료로 정리돼 평가기관으로 전달되지 않는 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개인에게 요구됐던 PR능력은 21세기 들어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대학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자료 부풀리기 의혹’과 ‘언론플레이설’로 다소 그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고려대의 약진은 세계화 시대에 따른 끊임없는 교육여건 개선 및 지속적인 홍보의 결과로서 분명 박수를 보낼 일이다. 라이벌의 도약이 우리에게 약이될지 독이될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2007년은 지난 해의 각종 대학평가 결과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강불식’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龍頭蛇尾 : 등록금 투쟁과 본관 점거
지난해 학교의 일방적인 등록금 12% 인상 통보로 시작된 교육 투쟁. 총학은 등록금 5% 인하와 함께 △재수강 제도 개편 △월경 공결제 도입 등의 교육 문제 해결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후 한해 동안 △‘연세대 등록금’ 네이버 검색어 1순위 만들기 △국민감사요청서의 감사원 전달 등 연성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3월 23일에는 2천1백92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이는 연세인들이 총학의 문제 의식에 동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에 총학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이후 총학은 3월 29일부터 본관 점거에 들어갔다. 한편 총학은 4월 25일에 열린 재단 이사회에 ‘재단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의 답변을 요구하며 기습적인 항의 방문을 했다. 이는 학생들의 의사를 이사회 측에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과 방문 당시의 태도로 인해 학교가 본관 점거를 비롯한 교육투쟁에 강경하게 대응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6월 21일, 학교 측에서 최종 답변안(아래 답변안)이 나왔다. 하지만 답변안 어디에도 총학이 학기 초부터 주장했던 등록금 인하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총학 측은 “학교와 계속된 협상을 해봐도 진전이 없어 실질적인 것을 얻자는 뜻에서 답변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총학이 주도한 등록금 투쟁의 결과 인상액 중 일부를 환불 받았던 전례를 봤을 때, 이런 방식으로 등록금 문제를 종결지은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답변안에 따라서 ‘등록금책정연구팀(아래 등책연)’과 ‘학사제도개선팀(아래 학개팀)’이 발족됐으나 현재까지 월경공결제의 실시 외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총학생회 추천 가계곤란 장학금과 학자금 이자 대출에는 각 4백97명, 7백75명이 혜택을 받았고 근로장학금과 봉사장학금이 각각 10만원씩 증액됐다. 교육환경 개선에는 △단과대 사물함과 자치공간 가구 교체 △화장실 온수기 설치 △농구장 조명·수도시설 설치 등이 이뤄졌다.
등록금 5% 인하, 열약한 교육환경 개선을 목표로 시작된 2006년 교육투쟁은 교육환경 개선에서는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으나 등록금과 재수강 문제에 있어서는 목표했던 바를 얻을 수 없었다. 이는 학교 측의 강경한 태도 탓일 수도 있으나 총학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운위나 확운위는 자주 열면서도 연세인들과의 실질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총학의 2006년 교육투쟁의 시작은 학생 총회나 본관 점거로 그 시작은 창대 했으나 그 결과는 미약했다.
畵中之餠 : BK21 선정과 장학금 삭감
지난해 우리대학교 대학원의 최대 화두는 단연 BK21 선정과 ‘장학금 삭감’이었다. 학교 본부가 ‘대학원생에게 지급하던 교비장학금을 직전 학기 대비 30%정도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공지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와 대학원생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장학금 삭감으로 인한 대학원생들의 실망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학업과 연구에만 매진하는 대학원생들의 특성상 장학금 삭감은 이들의 생계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원총회장 강수휘씨(철학·석사 3학기)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부업까지 하면서 지금껏 버텨온 대학원생들이 이번 장학금 삭감으로 인해 엄청난 상실감을 겪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장학금 삭감 이후 대학원생들은 본관집회,「연세춘추」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학원의 열악한 연구환경과 부족한 장학금 문제를 토로해왔다.
2단계 BK21 선정의 성과로 밝았던 대학원의 분위기는 장학금 삭감으로 인해 일순간 침울하게 바뀌었다. 이번 장학금 삭감 논란은 △부족한 대학원 장학금 △열악한 연구환경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생활문제 등 우리대학교 대학원의 고질적인 환부를 겉으로 드러내주는 계기가 됐다. 이는 진정한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올 한해 우리대학교가 기울여야할 노력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孤掌難鳴 : 소통 부족으로 외면받는 선거
지난 2006년의 원주캠을 짚어 봤을 때 가장 큰 이슈가 된 사건으로 총학선거의 연기를 꼽을 수 있다.
총학 선거는 오는 3월에 다시 입후보를 받아 치러질 계획이며, 만일 이때에도 입후보자가 없을 경우에는 중운위 체제로 2007년 한 해를 운영하게 된다. 아무도 후보자로 나서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해 문씨는 “2007년을 이끌어 갈 총학이 꾸려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권한대행으로 학생회를 이끌어가게 돼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고 말하며 “하지만 단과대 회장들과 열심히 일하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실시된 단과대 학생회 선거 역시 순탄치 못했다. 단일선본이 두드러진 것은 물론 인문예술대의 경우 후보자가 개표 도중 부정투표로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선거 당시 개표소를 지나는 학생들의 발걸음에도 냉기가 흘렀다. 지난해 11월 대부분의 단과대가 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율은 저조하기만 했다. 과학기술대와 정경대가 개표 가능 투표율 50%를 겨우 넘겨 당선을 확정지었으며 뒤늦게 입후보해 선거일정을 진행해 나가던 보과대 역시 개표 가능 투표율인 50%를 겨우 넘기며 투표를 마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과학기술대 학생회장 당선자 권순호씨(컴정공?05)는 “투표율이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들의 관심부족은 기존 학생회의 홍보 부족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와 관련한 이같은 문제는 학생회 또는 학생 어느 한쪽만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참여할 의지가 부족하고 관심이 없으니 학생회에 대한 정보 역시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이기동(정경경영?05)씨의 말처럼 상호간 의사 소통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단과대 학생회장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도승진씨(사회계열?06)는 “학생회 자체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기말고사 준비로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며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취업준비나 학과 공부 등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학생회 활동에 무관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두드러진 단일선본 출마와 낮은 투표율 등 선거 전반에 걸친 문제는 결국 총학 선거 연기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학생들의 무관심과 학생회의 홍보부족에 있다. 순탄치 못했던 이번 원주캠 선거는 우리에게 이후 학생 자치 활동과 관련하여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남겼다.
/신년기획 특별취재단
손국희, 최혜진, 문경원, 이창우, 권혜련, 심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