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관리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을 반영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그리스 올림푸스 신전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Kronos)의 신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신상 아래에는 크로노스의 모습에 대해 노래한 시인 포세이디프(Poseidipp)의 시가 적혀있다.

시간은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날카롭기에 오른손에 칼을 잡았고,
시간은 만나는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에 머리카락이 있으나,
그러나 시간은 지난 후에는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 머리카락이 없다.

하지만 포세이디프가 묘사한대로 쉼 없이 달려가고,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정복해버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1890-1972)이다. 그는 82세까지 사는 동안 70권의 학술 서적을 발표했고, 무려 1만 2천 5백여 장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 자료를 남겼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전공인 곤충 분류학과 해부학뿐 아니라 과학사, 진화론, 유전학, 수리 생물학, 무신론 등 철학과 역사, 문학과 윤리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방대한 업적을 남긴 그가 평소 8시간 이상 잠자고 산책과 운동을 즐겼으며, 주요한 공연과 전시를 빠짐없이 관람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는 이와 같은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도 그토록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이 쓴 류비셰프의 전기인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그가 시간을 정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히고 있다. 

류비셰프의 비법은 그가 26세 때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기록한 '시간통계 노트'에 있었다. 그의 시간 통계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1964년 4월 7일의 기록을 예로 들면, ‘△곤충분류학:  3시간 15분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20분 △추가업무: 슬라브에게 편지-2시간 45분 △사교업무: 식물보호단체 회의-2시간 25분 △휴식: 이고르에게 편지-10분’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시간을 세세히 기록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하루, 한 달, 한 해마다 통계를 내고 반성했다. 자신이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 또 계획과 달리 실행하지 못한 것은 어떤 것이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자신의 시간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의 과정이 그가 시간을 정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류비셰프의 시간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그는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을 ‘집안일’이라는 분류 속에 넣어버리고, 그날 계획했던 일을 모조리 해치웠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그가 ‘시간을 정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매여 사는 불행한 삶을 산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계바늘을 보며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현대인들의 삶과 그의 삶이 크게 다를 바 없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루비셰프는 현대인들과 달리 시간에 아둥바둥 매달리지도, 시간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오직 그는 자신의 시간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고, 생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위해 사용했을 뿐이다. 이러한 그의 시간 관리 방법은 시간을 지배하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타임 마스터리』

GE, 3M, DELL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의 CEO들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누구라도 한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CEO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에 관해서 『타임 마스터리』의 저자인 존 K. 클레멘스는 ‘시간 지능(temporal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시간 지능이란 조직의 뛰어난 리더들이 가진 특별한 시간 인식능력을 뜻하는 말인데, 리더들의 시간 지능이 높을수록 각 분야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높은 시간 지능을 가진 리더들은 시간을 단순히 관리의 대상이 아닌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시간은 자신을 속박하는 제약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돕는 지원군이 된다. 즉, 그들은 시간의 관리자가 아닌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시간을 고정돼 있는 불변의 힘으로 보기보다는 상대적이며 유동적인 요소로 인식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크로노스적 시간과 카이로스적 시간의 두 가지 개념으로 이해했다. 여기서 크로노스적 시간은 물리적 시간을 뜻하며, 카이로스적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 즉 감각적 시간을 뜻한다. 높은 시간 지능을 가진 리더들은 카이로스적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컨대 인텔 사의 회장인 앤디 그로브는 회사의 주력품이었던 메모리칩 분야를 과감히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남들이 메모리칩에 매달려 있던 때에 카이로스적 시간의 전환점을 간파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시간 관리에만 매달리는 우리와 달리 높은 시간 지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의 중용을 찾는다. 시간의 중용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모두 아우르며 관리하는 것으로, 지나간 과거의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현재의 우리가 직면한 위험과 기회를 조명하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중용을 통해서 그들은 시간을 연속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타임 마스터리』는 시간 인식에 대한 근본적 탐구와 연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참고자료들과 생생한 기록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간 지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 시간을 하루처럼, 하루를 열흘처럼 쓰는 시간관리 Tip 120』

현대인들은 누구나 시간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시간에게 속박당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시간을 지배하고자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식을 잘 알지 못한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시간관리 Tip 120』은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사소한 시간 관리 비법들을 소개하여 결국 시간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 책의 저자 로빈 피어스는 과거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비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 관리에 유용한 1백 20가지의 팁을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이 팁들은 실제 저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실생활에 접목시켜 활용하기가 편하다.

이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더 빨리 가려면 처음에는 더 천천히 가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현대인들은 ‘바쁘다’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바쁜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의미 없이 여러 일들에 둘러싸여 어느 한 가지 일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할 뿐이다. 때문에 모든 변화에는 한 걸음 물러서서 속도를 늦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여유를 가지고 먼저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에게 ‘창조적인 시간 끌기’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업무처리와 타인과의 관계 유지에 쓰는 시간만큼,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창조적인 시간 끌기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내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시간 끌기를 통해 자신을 재충전하면 후에 맡는 업무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저자의 팁들은 너무나도 단순해서 이것만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시간에 매여 있는 우리의 생활을 바꿔나갈 것이다. 마치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의 힘이 모여 거대한 바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게 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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