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국가고시 지원시스템 점검

최근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에 따라  학생들의 교내 고시준비반 입실시험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 원주캠 고시준비반은 공인회계사시험(아래 CPA) 준비반 ‘정현제’와 사법시험 준비반 ‘청운재’, 공무원시험 준비반 ‘국자감’이 있다. 정경대학에서는 각 고시원에 대해 년 1회 4백5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총 56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고시준비반을 운영해 나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고시 준비반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부족

최근들어 정현제에서는 CPA를 준비하다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CPA 준비와 학과 수업을 병행하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CPA를 준비하는 경영학과 학생들은 전공필수 이외에 필수로 들어야 졸업이 가능한 전공선택 6과목이 있기 때문에 학과공부와 CPA준비를 병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CPA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전공필수가 아닌 과목들을 이수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우영씨(정경경영·05)는 “타 과에 비해 조모임과 과제가 많아 지정된 시간마다 자리를 지키며 공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정현제 회장 송윤석씨(정경경영·01)는 “CPA 준비를 위해서 회계 과목만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공선택 과목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면 시간절약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제에서는 회계과목 교수가 한명이라는 사실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학생 수를 감안하더라도 신촌캠의 회계 과목을 담당하는 전임교수가 7명인 것에 비춰보면 너무 적은 수다. 이처럼 회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전임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회계과목 개설도 시급하다. 11개의 다양한 회계과목이 개설돼 있는 신촌캠과는 달리 원주캠은 회계과목이 5~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운재 회장 안윤태씨(정경법학·98)는 “고시준비를 위해서는 심화과목 개설이 많이 필요한데 학교에 세부적인 모든 과목을 개설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보다는 비용 및 학습면에서 고시촌이나 학원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휴학을 하고 학교밖에서 시험공부에 전념한다. 또한 공무원시험 준비반인 국자감은 수업시간에 배우는 과목들이 시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현제나 청운재와는 달리 시험범위가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출제되는 모든 과목의 수업을 일일이 개설해 달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원 부족과 열악한 시설

고시준비반 지원금의 대부분은 동영상 강의와 스터디그룹 지원에 사용된다. 고시 관련 인터넷 강의는 평균 한 과목에 10~15만원 수준이고 복사 및 자료비로 쓰고 나면 남는 예산은 거의 없다. 때문에 시설이나 복지부분은 내부 학생들의 자체적인 회비와 모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정경대에서 가장 오래된 고시준비반인 청운재는 개설된지 13년이 됐지만 2000학년도에 지원금이 4백50만원으로 상향 책정된 이후  한번도 변동되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청운재는 사법시험 지원이 잘 돼있는 신촌캠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원주캠은 아직 합격자가 많지 않고 1차 합격의 경우에 과에서 나오는 1백만원의 장학금이 전부다. 합격 동문과 준비생을 1:1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장학금 및 생활비 지원이 풍부한 타대학과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어디에나 있지만 현재 청운재 학생들은 기숙사비, 생활비뿐만 아니라 낡은 시설 때문에 1차 시험도 준비하기 힘든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안씨는 “사법시험은 1차에 합격하기도 힘들지만 2차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1차 시험만이라도 학교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자감의 경우 16명의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를 이용하고 있는데도 1년간의 건의 끝에 교체된 단 1대의 컴퓨터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의자 또한 너무 낡고 불편해 버려둔 의자들이 많다. 이에 비해 정경대의 지원금 이외에 학과지원금이 나오는 정현제의 경우 시설 측면에서는 나은 편이다.

고시준비반의 위치와 좌석부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종합관 1층 대강당 바로 옆에 있는 정현제와 국자감은 소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방음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대강당에서 공연이나 행사가 있는 날에 고시준비반 학생들은 공부는 해야하나 집중은 되지 않아 매번 불만을 털어놓는다. 또한 다른 곳보다 지원자가 비교적 많은 국자감은 보통 50명 정도가 입실 지원을 하지만 자리 부족으로 인해 16명만을 선발해야 한다. 국자감 회장 장종인씨(정경행정·01)는 “이와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행정고시에 6명이 합격했으며 앞으로 시설이나 복지부분에서 학교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격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 /권혜련 기자 chanbiaway@yonsei.ac.kr

형평성에 맞는 범위 내에서 고시반지원 필요

정현제에서는 다양한 커리큘럼 및 교수지원과 전공선택을 회계과목으로 대체해 주는 제도 등을 건의하고 있다. 우선 학과에서 CPA 준비반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지원이 잘 이뤄져야 다른 학생들도 CPA 시험에 많이 관심을 갖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학과장 장근녕교수(정경대·계량경영/생산관리)는 “회계학을 전공하는 교수를 신규 채용하려 했으나 조건에 적합한 교수가 없어서 아직 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커리큘럼 문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하기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고시 준비반 학생들에게 1인당 50~2백만원의 지원을 해주는 등 대학이 나서 고시열풍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가고시 준비를 지원해 주는 것은 좋지만 고시합격생 비율을 높여 학교 이미지를 신장하려는 목적으로만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시를 준비하는 일부 학생에게만 과다한 예산을 지원해 전체 학생들 사이의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고시 합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 차원의 합리적인 지원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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