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그게...뭐야?" "너 아직도 내숭떠니?!"숨겨져왔던 대학생들의 발칙한 성담론을 파헤치다
  • 정세한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 호수 1556
  • 댓글 0

‘섹스’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됐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동네에나 있었던 담벼락의 야한 낙서에 힐끗 눈길을 돌리던 기억부터, 중고등학생 시절 어른들 몰래 보곤 했던 ‘빨간 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라면서 접했던 ‘성(性)’은 뭔가 음침하고 입에 담아선 안 될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유로운 성 문화를 다룬 여러 매체들이 유입되면서, 이러한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 『섹스 앤 더 시티』열풍은 우리사회에 자유로운 성담론의 바람을 불러왔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왜 『섹스 앤 더 시티』열풍인가?

일례로 파격적인 제목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폭발적인 반응을 들 수 있다. 주로 젊은 세대를 통해 번진 이 열풍은 드라마가 한국에 소개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교 중앙도서관 멀티미디어실 백지연씨는 “『섹스 앤 더 시티』는 매일 약 5~6편 정도는 꾸준히 대여되고 있는데, 오래된 드라마 치고는 꽤 자주 대여되는 편”이라고 밝혀 대학생의 선호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본다는 이슬씨(영문· 05)는 “성에 대한 담론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처럼 개방적이고 솔직해야 왜곡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자유로운 성 담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한국판’ 혹은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케이블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공중파에서조차 성 담론을 은연 중에 녹여내는 드라마가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등장은 바로 최근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코드’를 읽어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발빠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현상에 대해 우리대학교에서 ‘성과 문화적 재현’을 강의하는 숙명여대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의 한금윤 교수는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사회의 성 문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을 사는 것”이라며, “에로영화의 경우 인위적인 상황 설정 때문에 자기 동일시가 어려운데, 드라마의 경우 인물들의 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성문화가 드러나기에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성은 더 이상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닌 자유롭게 논의할 만한 새로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의 이중적인 성 인식, 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속에서 대학생들은 경직되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2년 『성윤리』라는 책을 펴낸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류지한 교수는 “강의 도중 손을 들어보게 하면 아직도 보수적 시각이 많은데, 정작 인터넷의 조사는 압도적으로 자유주의적인 풍토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대학생들이 아직도 성 담론을 공공연하게 나누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이 아직 전통적· 보수적 성윤리를 고수하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가족 내의 성 담론이 아직도 금기시 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교수는 “사회는 개방됐지만 가정에서의 성은 아직까지 보수적이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들의 바람이나 기대, 걱정을 저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하나로는 결혼의 상품화로 인해 여성의 성의식이 이중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공미혜 교수의 논문 「은폐된 성, 과장된 성」에는 이를 잘 드러내는 설문조사가 첨부돼 있다. 여대생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혼전 성관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88%가 ‘가능하다’라고 대답했고, 여성의 성적(性的) 관심에 대해서도 전체의 93%가 ‘여성의 정숙과는 상관없다’는 대답을 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여대생의 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방적으로 변모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가 ‘혼전 순결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76%가 ‘지킬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여, 실제 행동과 관념 사이에 막대한 차이가 있음을 가늠케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일반적인 문제에서는 관대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것은 순결을 결혼에서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결혼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주체적인 성적 결정을 방해하는 시장 의존 세태와 그 뒤에 있는 가부장적 결혼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사회의 성 문화는 그동안 결혼과 출산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개념에 묻혀있었다. 개방적인 의식을 가진 자를 질타하고 불온시해 타락한 사람처럼 간주하는 등 보수적인 윤리는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는 너무도 진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학생들은 새로운 문화를 접해 생성된 새로운 인식구조를 갖고 성 담론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여러 모순적인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가부장적 성윤리나 시장이 강요하는 자기관리의 강박과 결별해야한다.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아름다운 성은 자유로운 성 담론이 뿌리내린 뒤에야 비로소 왜곡돼지 않은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정세한 기자 mightydu@yonsei.ac.kr

정세한 기자  mightyd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세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