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뉴리더 2029 트렌드』라는 책을 보면 현대의 20대들은 ‘자유롭고, 감정이 풍부하며, 실용적이며,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과 재미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학생의 이성관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성과의 관계에서 규칙을 세우고 서로 상처받지 않는 범위에서 만나려고 하는 ‘데이트 메이트(Date Mate)’. 그리고 서로의 소통을 중시하며 플라토닉 사랑을 꿈꾸는 ‘소울 메이트(Soul Mate)’. 이제 그들의 간극 속으로 들어가보자.

   
▲ 데이트 메이트, 만남의 파격인가? 무책임한 일탈인가?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데이트 메이트의 실상

학기 초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남자가 있었다. 그와는 지하철역에서 마주치기도, 수업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의 정성이 고마워서 “나의 데이트 메이트가 돼 줄래?”라고 제안했다. 이성친구는 필요했지만, 그는 이상형이 아니기에 선뜻 사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생일을 챙겨주고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나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고, 사랑받는 내 모습에서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1달하고 10일 정도가 지난 어제, 나는 그에게 그만 만나자는 이별통보를 했다. 바로 나의 이상형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는 임아무개씨(경영·05)의 일화이다. 그녀는 “이후에 그는 많은 상심을 했지만, 서로가 데이트 메이트였다는 것을 동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추스리는 모습이었다”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이렇게 데이트 메이트는 ‘사랑보다는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즐기면서도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는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데이트 메이트와 소울 메이트

지난 2005년 3월에 개설돼 현재 2만5천여명의 회원수를 기록하고 있는 데이트 메이트 공식카페(http://cafe.daum.net /Datefriend)가 있다. 이 카페에서는 나이별, 거주지별, 취향별로 회원들에게 알맞은 데이트 메이트를 주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데이트 메이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사항도 제시한다.

데이트 메이트의 만남은 일반 연인들의 그것과 비슷하게 이뤄진다. 중앙대 이지민씨(법학·04)는 “겉으로 보기에 다른 연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만나 같이 저녁 먹고 영화 보는 정도”라고 말한다. 인하대 김철용씨(국제통상·04)는 “보통 연인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정낭비가 싫어 데이트 메이트를 선호한다”며 “다른 사람이 생겨도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만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만남과 이별에 부담이 없다는 것을 데이트 메이트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사회평론가 김현호씨는 “일회성 만남이 잦아지는 현대 사회의 세태를 반영한 남녀사이의 관계”라며 “특히 온라인에서 호감을 가졌다가 오프라인으로 만남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싫증을 느끼게 돼 데이트 메이트로 관계를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이러한 데이트 메이트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유석원씨(기계·04)는 “순간적인 외로움을 잊기 위해 피상적으로 데이트만을 즐기려 만나는 관계인 것 같다”면서 “순수한 마음을 공유하지 않는 연애 뒤에 남은 것은 허무감과 배신감 뿐이었다”고 말한다.

데이트 메이트와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됐던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소울 메이트’가 있다.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네 마음을 들을 수 있어. 어서 내 마음을 읽어봐. 너도 원한다면 내 마음을 읽을 수가 있잖아. 난 네가 평생을 기다렸던, 너의 소울 메이트란 말이야.” 이처럼 소울 메이트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관계를 말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런 관계를 일컬어 ‘생을 반복하는 동안 오직 한번 맺어준 사람, 혹은 영혼의 동반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 소울 메이트를 구분하는 흥미로운 공식도 있는데, 일명 ‘소울 메이트 비(比)’라고 불린다. ‘전체 사랑의 효용’을 ‘전체 사랑의 비용’으로 나눠서 그 비가 클수록 소울 메이트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사랑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소울 메이트가 데이트 메이트보다 바람직한 남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아무개씨(상경계열·06)는 “소울 메이트라고 여기는 이성이 나타난다면 설사 데이트를 못하게 되더라도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대학교 박아무개씨(철학·04)는 “소울 메이트라고 여기는 이성이 있었지만, 결국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데이트 메이트가 더욱 현실적인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위의 의문에 대한 답도 사람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독일 속담에 ‘사랑이란 남이 모르는 숨겨진 오솔길을 혼자 알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길을 훤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파격적인 만남의 데이트 메이트와 운명적인 소통의 소울 메이트. 그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 다만 그 판단에 있어 한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어느 쪽을 택하든 간에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존중이 필요함을 잊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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