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강사의 자존심, 이근철 동문을 만나다

고등학교 시절 이른바 ‘0교시’ 수업 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교실 텔레비전 속에는 우리의 졸린 눈을 뜨게 하는 교육방송 강의가 항상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영어강사였던 Jake, 이근철 동문은 여느 강사와는 다른 유쾌한 목소리로 우리의 잠을 확실히 깨워주곤 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를 넘어 오늘날 영어에 자신 없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가로도 변신한 이 동문. 그는 지금 또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전해주고 있을까. 한다면 하는 의지의 소년 텔레비전 속에서 유창한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이 동문을 떠올린다면, 누구나 그를 흔히 말하는 ‘해외물’ 좀 먹은 유학파 출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영어공부를 위해 유학 한 번 가보지 않은 ‘한국 토박이’ 출신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고향이 화성으로 유명한 수원이라는 것은 그에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접한 이 동문은 “외국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그때 당시에는 너무나도 신기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에게 ‘how do you do'를 한글로 써달라고 해 외국인들과 대화를 시도했을 정도로 한번 든 생각은 꼭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영어에 대한 관심은 그 후 라디오, 텔레비전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공부’로 이어졌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많지 않았다”고 말을 잇는 이 동문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미국에 갔을 때에는 좀더 실생활의 영어를 만나기 위해 미국 현지 쇼핑몰의 전단지를 가방 한 가득 모아오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어를 접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도 가리지 않았던 그에게서 목표에 대한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영어공부의 길을 걸었던 이 동문이기에 그의 경험이 담긴 충고는 우리에게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는 한국인이 영어공부를 많이 하면서도 ‘speaking'을 기피하는 오늘날 현실의 주된 이유로 한국인의 ‘심리적 장벽’을 꼽았다. 

 즉, ‘남들 앞에서 말하다 틀리면 어떡하지?’, ‘나는 영어를 못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두려움이 우리의 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동문은 “평생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이 외국말을 훌륭하게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영어공부법에 대한 그의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우리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는 그의 말에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릴 때 비로소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이렇듯 스스로 개척한 자신만의 노하우로 현재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영어학습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려는 이 동문은 ‘유어에듀’라는 회사의 CEO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 동문은 사람들이 더욱 영어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저술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그동안의 강사생활과 CEO로서의 생활을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동문은 “강사생활과는 또 다르게 여럿이 하나의 결과를 나타내기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현재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회사생활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그 말을 전하는 이 동문의 눈빛에서는 또 하나의 정복 대상을 찾은 듯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꿈 많은 20대여, 가리지 말라

 이처럼 강사로서의 삶, CEO로서의 삶을 모두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좀처럼 바쁜 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전공에 관계없이 최대한 많은 독서의 경험을 누려라”라고 전하는 이 동문의 메시지에는 이런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어서 이 동문은 “책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모두 녹아있는 정수”라며 “어떤 주제든 가리지 않고 책을 보는 자세는 일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도와주기도 한다”며 다독(多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한 시간의 영어 수업을 듣는 듯, 눈을 뗄 수 없었던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에 답하는 영어선생님 ‘Jake'의 한 마디, “What you think is what you are!(본인의 지금 생각이 바로 당신이다)” 자, 이것으로 오늘 그의 수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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