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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엇갈린 운명의 그곳, 불가항력의 무간지옥영화 『디파티드』 vs 『무간도』
  • 조한진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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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두 영화의 제목을 보자. 각 작품의 포인트가 이 짧은 제목에 모두 함축돼 있다. 『무간도(無間道)』는 불교에서 말하는 18층 지옥중 제일 아래인 무간지옥을 일컫는 말이다. 『디파티드(The Departed)』는 죽은 사람들을 뜻한다. 여기서 관객들은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바로 원작은 영화 속에서 지옥을 보여주고 후작은 영화 속에서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는 점이다. 두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죽어서만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옥과 같은 상황이 살아있는 동안 찾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홍콩 느와르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무간도』 시리즈는 제3편이 나온 지 3년 만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부활됐다. 그는 “『디파티드』는 리메이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원작의 여러 요소들을 매우 교묘하게 진화시켰다. 우선 배경이 홍콩에서 보스턴으로, 장르가 느와르에서 액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진영인(양조위 분)의 우울한 눈과 경찰에게 정보를 흘리는 수단인 모르스 부호는 빌리(디카프리오 분)의 두려움 가득한 눈과 삼성 로고가 박힌 핸드폰 문자로 변모됐다.

한편 두 영화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옥상’이라는 공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옥상이라는 공간은 극한의 상황까지 몰린 주인공들의 내면 심리를 나타낸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 위에 드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은 자신의 속 얘기를 여지없이 털어놓게 한다. 그 가장 높은 공간에서 조직원에게 살해된 경찰 황 국장과 퀴넌이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진영인과 빌리를 안타깝게 여기던 관객의 마음에 절망을 선물한다.

▲ 뒤바뀐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네이버 자료사진
하지만 이런 관객에게 또 다른 선물이 있으니 그것은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이다. 조직 보스로 열연한 잭 니콜슨의 비열한 눈매와 저음의 목소리도 이번만큼은 수염 기른 디카프리오의 불안해 하는 모습에 미치지 못했다. 진영인과 달리 유난히 ‘오버’하는 그의 행동은 원작과는 다른 빌리 만의 캐릭터를 창출해내고 그의 출세작인 『길버트 그레이프』 이후로 오랜만에 진면목을 보여준다.

개봉 첫 주, 서울 흥행 1위를 기록한 『디파티드』지만 소위 말하는 ‘명대사’가 부족한 것과 『무간도』특유의 느와르적인 우울함이 사라졌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작에서 진영인의 “미안하지만 난 경찰이야”라는 대사 한마디는 많은 『무간도』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사실. 이 한마디로 그는 상대에 우위를 점하지만 빌리의 입에서 나오는 건 너무도 직설적인 미국식 어조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빠른 전개 역시 관객이 우울함을 느낄 여유를 빼앗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영화 속 현실이 작금의 세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잃은 채 흔들리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도 혹시 방황 중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책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거짓말을 내뱉는 우리도 무간지옥으로 떨어지는 건 아닌지. 『무간도』 제2편의 제목처럼 우리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조한진 기자  jini72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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