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하경, 배재익, 정대원씨 열띤 토론 벌여
중간고사에 즈음해 벌어진 북한의 핵실험 강행 소식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다. 이에 북핵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핵에 관련한 다양한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수많은 보도 속에서 막상 다양한 사회 구성원중 하나로서,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북핵에 대한 시각을 다룬 논의의 장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좌담회는 요즘 대학생들이 북핵을 바라보는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진 연세인들을 초청해 이뤄졌다. 좌담회는 지난 23일 우리대학교 미우관에서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02 남한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보는가?
정 : 국민의 정부 이후의 햇볕정책이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실질적인 대북 접근 방법이 포용 일변도가 됐다는 점이다. 접근 방식에서라도 채찍과 당근을 통한 운용의 묘가 필요했다. 계속 당근을 줬지만 원하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배 : 비슷한 생각이다. 방향성의 문제보다는 수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비료나 식량이 아닌 돈을 줬다는 것은 잘못이다. 돈을 줌으로써 북이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계기를 마련했다.
류 :햇볕정책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생각은 안한다. 남한정부가 확실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줄었다는 것이 문제다.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에서 압력을 주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도적인 지원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정책적인 압력의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UN 등 국제기구를 통해 인권 개선의 차원에서 지원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 :인도적인 차원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당연히 지속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하고 있다. 현재의 대북 지원에서 민간단체들이 움직이는 건 형식적인 절차고 대부분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지원 때문에 정부가 전략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정작 강하게 나서야 할 때는 침묵하게 되지 않는가.
류 :현재는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지원을 주고, 민간단체가 일선에 나서는 방식이다. 그러나 돈을 주는 것은 문제가 많다. 신뢰에 맡겨야 하는 애매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햇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마저 담을 쌓고, 주적,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본질적인 가치는 평화다.
배 :한국의 역할은 회담장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여기 참석한 모두가 동조하는 부분은 6자회담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보며 양자 간의 합의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았다. 한국 정부가 중심이 되어 동북아의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 한국이 그러한 면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안보위협, 북한이 느끼는 체제의 위협, 중국의 패권욕이 어우러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측면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03 학생운동권에서의 통일논의는 어떻게 볼 것인가?
류 : 시민사회를 보면 우익과 좌익,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 진보에서는 반핵원칙을 고수하지만 북핵에 대해서는 관대한 접근을 한다. 그러나 핵 자체는 반인권적, 반평화적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 쪽에서도 북한 문제를 다룰 때 핵문제에 있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발표하되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포용하고 설득해야 한다. 보수의 경우에는 말로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는것 같다. 이럴 때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정 :대학사회에서 진보는 협의적인 좌파의 개념이 아니다. 진정한 진보성은 어떠한 사상에 대해서 정치적 편견을 갖지 않고, 합리적인 접근을 통해 제 3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얘기한 진보는 ‘민족’을 말하며 북한을 감성적으로 말하고 있다. 감성적으로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현실을 도외시 한다면, 이것이 과연 진보일까.
류 : 내가 말한 포용은 협상에서 하나의 태도로서의 의미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핵이라도 가져야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무조건의 포용이 아니라 회유와 압박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핵의 잘못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정치적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식량 원조 등 포용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 대학사회가 합리적인 모습을 지니기 위해서는 진보 일색이 아닌 균형적인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류 : 진정한 보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좌우의 날개로 새가 난다. 보수가 있기 때문에 진보가 있지 않은가.
배 :냉전시대에는 모든 것이 이분법적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다양화 됐다. 그렇기 때문에 6자회담이다. 예전부터 우리사회의 운동권은 자신과 타인이 10%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립기제로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90%를 통해 10%를 어떻게 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국제적인 측면에서 북핵을 둘러싸고 회담을 열듯이 국가와 학교에서도 공론장이 필요하다. 학생운동에서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정 :여기에 대해 동의한다. 감성적 문제 역시 정형화된 이분법으로 다른 제3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를 막아버린다.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류 :운동권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정치적 표현을 하는 것은 다 운동이다. 그러나 소위 예년의 운동권이 감성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군사독재라는 벽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기 위해 감성이 필요했다. 이는 현재 진보진영이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화된 현대 사회에서 감성적인 측면에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에 변화의 필요성에는 나도 공감한다.
배 :이성적 판단이 부족해서 아쉽다. 대학사회, 지역사회, 국가사회 전체가 자기 얘기는 많이 하지만, 공론이 부족하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우리여야 한다.
#04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류 :건전한 진보만큼 건전한 보수도 필요한데, 최근의 탈정치화 경향으로 더욱 건전한 보수가 없어지고 있다.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반전의 목소리를 모으되, 진보의 경우에는 북한인권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보수는 공포정치를 조성함으로서 전쟁의 위협을 몰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다 함께 미국의 패권이나 핵우산정책 등 대북강경책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자주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배 :내가 왜 이 자리에 나왔냐는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속한 단체에서도 항상 논단이라는 건 연다. 학내 간 소통, 지역 내 소통. 신촌지역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 언제든지 소통의 길을 열어놓는 거다. 지금 이 논의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말은 많지만, 대화가 부족한 나라이다. 이야기를 통해 소통을 하고 공감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 :현대 사회는 왼쪽 오른쪽이 아니라 다원화의 사회이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대학생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지속적 시도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생이 진정한 오피니언 리더, 지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 3자의 주장이 있으면 비판적 수용을 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정립해 나가는 것, 이러한 논의가 모일 때에야 비로소 우리나라가 핵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