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송은석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한 이후 핵 보유선언을 하면서 북핵을 둘러싼 논의는 식을 줄 모른다. 북한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북핵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는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매우 다양하다. 본지에서는 우리대학교에서 ‘북한외교정책’을 강의하고 있는 김용호 교수(사회대·국제정치)의 북핵사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한국일보 10월 16일자에서 북핵 전문가 20명에게 물었더니 포용정책이 북한핵실험의 원인이라는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고, 포용정책 현 기조를 유지하거나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사람이 18명이었다고 한다. ‘햇볕정책’ 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일단 정확한 명칭은 포용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때는 ‘대북 화해정책’이었고, 참여정부 때는 ‘평화번영정책’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나는 소위 ‘햇볕정책’을 그대로 추진해야 된다고 본다. 본래 이 정책의 전제는 ‘선경후정’ 즉 경제를 우선하고 정치를 나중에 한다고 하는 것으로,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북한을 지원해주되 정치에 있어서는 경제지원과 분리시켜 보자는 것이 전제돼 있다. 그리고 경제지원을 해주되 정치적으로는 확고한 국방력의 확보와 군사적인 위협에 대한 단호한 대처 또한 전제하고 있다. 때문에 기조를 수정할 것도 없이 ‘햇볕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포용정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군사적인 위협에 대한 대처가 필연적인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한도 핵 억지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포용정책과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맥락이다.


Q. 군사적인 위협에 대한 대처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된다는 의미인가?
A. 안보는 1%의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북한이 핵능력을 갖춘 것은 남한과 북한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기 때문에 핵무기 실전배치와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핵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그늘에 있기 때문에 굳이 핵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행정부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국내정치 여론이 좋지 않을 때에도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해 줄지는 미지수다. 핵우산이라는 것은 미국과 소련처럼 서로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한쪽이 핵을 발사하면 동시에 한쪽이 그 동일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인접해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에 핵을 발사하면 바로 우리는 피해를 입는다. 피해를 입고 나서 미국에게 매달려도, 미국정부가 국내·외 정치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핵’을 사용하는 부담을 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고로 핵우산이라는 것은 성립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북한과 대등하게 협상을 하거나 우리의 안보를 담보하기 위해서 핵능력을 갖춰야 한다.


Q. 그렇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인가?
A.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핵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Q.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아까도 말했듯이 ‘햇볕정책’은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것은 지원해주되 정치적인 영역은 구별해서 우리도 우리의 것을 챙겨야 한다. PSI는 일종의 봉쇄작전인데 사실상 남한이 참여하지 않으면 PSI의 효과는 거의 없다.


Q. 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 친북적인 정책은 진보이고 반북적인 정책은 보수이다. 이 친북이냐 반북이냐가 우리 사회의 이념 스펙트럼을 결정짓고 있다. 정당이나 이익집단들이 북한을 멋대로 규정하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북한의 김정일 정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북한의 굶어죽은 아이들을 보면 북한을 동정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어떤 부분을 조금만 자극해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전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를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과 같이, 북핵에 관련된 문제나 북한의 행동양상 등은 전문가들이 검토해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현재는 비전문가들이 다루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사안들에 대해  비전문가들의 입김이 너무 많이 반영되고 있다.


Q. 북한의 핵 용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북한의 핵 포기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A. 북한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일 정권 군부의 체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 북핵이 단지 협상용이라고만 보는 견해는 조금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여태까지 핵이 협상용으로 사용된 사례는 없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핵개발을 추진해왔고, 핵을 갖기 위해서 외길을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면 보상을 해주겠다며 협상을 제시한 것이지, 북한이 협상용으로 핵을 만든 것은 아니다.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작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북 군부정권에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줘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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