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주

△ 뛰면서 생각하라

요즘 레포트에 조모임에 이것저것 할 일들에 쫓겨 숨 막히시지 않나요? 저도 취재하랴 학교 수업 따라가랴 하루종일 동분서주하다보면 완전히 지쳐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 한국은행 부총재, 조선일보 사장, 대한방송 사장, 한국일보 창간 발행인 겸 사장,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남북조절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 특사,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장, IOC 위원, 유고슬라비아 원정축구팀 단장,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란 직함을 모두 달고도 힘들어하긴커녕 늘 기운이 넘쳤던 열정적인 CEO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경제·정치·언론 여러 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 백상 장기영 선생입니다.

그는 의례 고위층 인사가 타고 다니는 세단 대신 검은 지프를 타고 다니며 우리나라 각 분야를 종횡무진했던 25시의 사나이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진 그의 숨가쁜 삶을 보며 저의 나약함을 꾸짖어야겠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그림

세상을 떠돌아다니라는 독특한 임무를 띠고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그림, 우표. 지금은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취미로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 엄마도 그 중 한 명이시고요^^ 지금도 저희 집에는 엄마가 소중히 모아둔 우표집이 장식장 속에서 잠자고 있답니다.

작은 우표 속에 담긴 많은 사연을 이야기 하는 이 책에는 우표에 등장하는 황진이, 도스토예프스키, 장 콕토, 괴테, 반 고흐, 소피아 로렌 등 여러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생전에 조선 사람을 만나 바둑을 두었다는 일화나 이탈리아 여배우 소피아 로렌은 미국 헐리우드에서 활약했지만 그의 우표는 서인도제도에서 발행됐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세계 우표들을 구경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

만화 ‘검정고무신’을 아세요? 지금 저희 부모님 세대가 어렸을 적엔 어떻게 사셨는지를 알 수 있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구수한 만화입니다. 저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지만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훈훈하고 아련해지더라고요^^;

이 책에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최근세사 풍속이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은 물론, 교육, 교통·통신, 소득 등의 다양한 분야로 정리돼있어 그 시절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잔인했던 4월 보릿고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지금 먹는 모든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겨울밤 안방에서도 코가 시릴 정도로 추웠던 그 때를 생각하면,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을 수 있는 오늘의 우리 집이 너무 고맙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 울지마, 자밀라

청갈자 수업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 중에서 부부간 갈등이 심한 부부들은 배우자보다 애완견과 함께 있는 시간을 훨씬 더 낫다고 여긴다고요. 그러고 보면 사람은 애완동물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애완동물은 사람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면서 함께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옆에 반달눈을 하고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요 녀석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삽살개 치우입니다. 한 대학교 근처 돈까스 집에서 살고있고요, 사람의 마음을 어찌나 잘 꿰뚫어보는지 그 어떤 카운슬러보다 위안이 되어준다고 합니다.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주인집 엄마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자밀라, 자폐아이 상재 등 상처받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치우의 눈을 통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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