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국제학부(아래 국제학부)는 올해 초, 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우리대학교 내에서 국제화를 이뤄가는 내향적(inbound) 국제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순서상으로는 이화여대·고려대·한양대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설립됐지만 타 대학교와 달리, ‘다전공 국제학부’라는 점에서 우리대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이 있다.

현재 총 94명의 학생들이 국제학부에 재학 중이며 06학번부터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중복 합격한 학생을 포함해 각국에서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입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제학부에만 편중된 국제화 △공간 부족 및 높은 등록금 △타 학과와의 단절 △타 전공과의 차별성 관련 문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대학, 내향적 국제화의 길?

국제학부는 지난 10월, 학교 행정 체계를 개편하는 직제개편안이 법인이사회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오는 2007학년도부터 언더우드국제대학(아래 국제대학)으로 승격된다. 향후 국제대학은 언더우드학부에 학년당 50명의 순수 외국인과 1백50명의 국내학생을 유치할 계획이며, 국제교육부에서는 교환학생 연 5백명, 하계대학 1천명의 학생을 모집해 연 2천3백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동아시아 최대의 국제대학으로 발돋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학교 측은 외국인 학생과 교수 유치를 통해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글로벌 캠퍼스의 분위기를 조성해 학교 전체의 국제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제대학을 디딤돌로 해 글로벌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학교의 포부와 달리, ‘국제대학만의 글로벌 캠퍼스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제학부 설립 이후 5명의 외국인 교수가 신규 채용됐지만, 이들은 국제학부의 수업만 담당해왔다. 국제학부의 과목을 타 학과 학생이 듣는 데 제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제학부의 탄생과 외국인 교수의 채용은 아직까지 국제학부를 제외한 다른 일반 학부생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높은 이상향 속 숨은 문제

국제학부는 설립 당시부터 공간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지금까지도 독립적인 공간이 없어, 신과대 건물의 1백 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해왔다. 국제학부는 신과대 내에서도 사용 가능한 강의실의 수가 101호·103호, 2개 밖에 없어 학생들은 건물 간 거리가 멀리 떨어진 신과대와 백양관 그리고 새천년관을 오가며 수업을 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국제학부의 사무실은 백양관에 위치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생활과 지속적인 연계가 힘들고 행정업무의 비효율성까지 낳고 있다.

실제로 차지원씨(국제학부·06)는 “수업을 듣기 위해 먼 거리를 오고가는 것이 힘들다”며 “국제학부만의 공간이 적어 공강 시간에도 학생들이 있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기획과 이철수 과장은 “국제학부를 위한 독자적인 건물설립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며 “직제개편을 함에 따라 공간 사용 문제도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간부족 외에도 국제학부의 높은 등록금 역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6백만원이 넘는 국제학부의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국제학부 김영숙 과장은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수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타 학과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며 “수업 당 평균 인원이 19명이라는 점이 등록금이 타 학과에 비해 비싼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높은 등록금과 관련해 국제학부 학생회장 윤연종씨(국제학부·06)도 “등록금 문제는 학생에 따라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다르다”며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등록금이 높다고 느끼지만,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려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낮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반 학부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소수정예로 특별교육을 받는 것 같아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종현씨(화공·05)의 말처럼 일부 학생들은 국제학부의 높은 등록금을 국제학부와 타 학과를 구분 짓는 경계로 느끼고 있다.

연세 안의 또 다른 대학교?

“국제학부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아는 게 없어요”라는 이석민씨(정외·05)의  말처럼, 국제학부에 대한 타 학과 학생들의 반응은 무관심한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국제학부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그 정보가 왜곡됐다는 점 역시 문제다. “대부분 부유층 또는 특권층 자녀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배 아무개씨의 말처럼 해외거주 경험과 유창한 영어구사 능력, 그리고 매 학기 6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이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신지원씨(국제학부·06)는 “타 학과 학생들이 국제학부를 ‘외국 물 먹은 사람들의 집합’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마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윤씨는 “아무래도 일반 학부생들과 만날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일부 국제학부 학생들은 언어의 장벽까지 있어 이러한 오해가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학부는 설립 1년을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 학과 학생들과의 실질적인 소통 부재의 문제를 느끼고 있다.

국제학부, 통합과 차별성의 사이

국제학부 학생들이 2학년이 되면서 배정받는 전공에 대해서도 배우는 내용에 대한 차별성과 관련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국제학부에는 △문학과 문화 △경제학 △국제학 △정치외교학 △생명과학과 기술까지 총 다섯 개의 전공이 있지만, 경제학과와 정치외교학과의 경우에는 기존에 상경대와 사회대에 존재하는 학과라는 점에서 기존의 학과와 어떤 차별성을 두고 교육을 진행시켜 나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아무개씨(경제·05)는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제학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대학 정치외교학 전공 주임교수인 김성호 교수(사회대·정치사상)는 “영어 강의 중 일부는 기존의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함께 듣게 될 것”이라 말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반 학부생들도 외국의 석학 교수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매년 우리대학교로 오는 외국인 교수들이 국제학부 강의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점은 이러한 기대감에 우려를 덧붙이고 있다.

연세사회 안에서 내향적 국제화를 이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탄생한 국제학부. 하지만 학교 안에 또 다른 학교를 만든다는 비판과 함께 국제학부의 소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학교 측은 국제화라는 명분으로 학교 안에 또 다른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연세대학교 전체의 국제화를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재욱 기자 kimjaewo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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