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한젬마

사람은 저마다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인물을 만났을 때 나는 향기는 그 사람의 삶을 얘기해 준다. 미술 아티스트 한젬마. 창작의 본업 외에도 국내 최초의 미술 전문 MC, 그림 DJ, TV 문화 프로 진행자 등 많은 수식어들이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다. 그녀를 만났을 때 느껴지는 매력은 ‘자유로움’이었다. “이제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미술”이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한젬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느낌이 와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색에 잠기는 것을 좋아하는 한젬마씨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지난 10월에만도 열 번이 넘는 전시회를 했다는 그녀. 현재 인사동 쌈지길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워홀전’에도 초청받아 「Star」라는 작품을 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많은 요청과 제안들. 그 중에서 그녀로 하여금 선택·작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씨는 “내 능력을 도구삼아서 얼마나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일단 어느 것을 하기로 결정하면, 그녀가 보고 읽고 쓰고 만나는 모든 것은 그것을 위한 ‘도구’가 돼 버린다. 온 집중을 기울이다가 어느 순간 ‘아,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오면 작품이 탄생된다고. 그녀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artjemma.com)에서 인생철학이자 작품 컨셉을 ‘관계-소통’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지난 1995년부터 지퍼, 못, 경첩 등의 오브제(미술에서 주제성을 배제한 물체 혹은 객체)로 관계라는 주제를 작업해왔지만 올해 개인전 때 던진 화두는 아예 자기 자신이 오브제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한젬마가 ‘인터미디언’으로서 세상이라는 화폭에 던져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것처럼, 자신도 인터미디언으로서 미술로 사회에 환원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사회에 봉사하는 첫걸음”이란 말도 덧붙인다. 그녀는 최근 ‘한반도 미술창고 뒤지기 프로젝트’라 하여 전국에 있는 한국 미술가의 흔적들을 답사해 소개한 책을 냈다. 서울·경기 지방을 소개할 제3권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전라·제주 지역을 소개한 제2권, 『그 산을 넘고 싶다』가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한국 작가라는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 알리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히는 한씨.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술이라고 하면 사이드, 부수적인 양념, 과시용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미술을 배운다고 하면 서양미술사 책부터 산다”며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일단 우리 것부터 알고 남의 것을 봐야 어떤 점이 왜 좋은 지 알 수 있다는 것.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도 미술하는 사람의 몫”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술은 삶의 실용적인 측면에도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한씨. 학창시절에 미술을 전공하다가 결국 직업을 다른 쪽으로 가진다 해도 “그런 시행착오가 인생의 길에서 몇년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창조적인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이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지 응용감각을 준다”고 강조한다. 우리 대학생들도 인생의 일정 시간을 미술감상이나 창작에 할애한다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녀에게 ‘인생 선배’로서 대학 시절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여러모로 일을 해보고 고생을 많이 하라”고 힘주어 말하는 한씨. 요즘에는 학과공부만 하고 일찍 졸업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것은 자신의 ‘천직 찾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생은 끝없는 출렁임”이라고 명명한 그녀는 ‘안정’만을 추구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스스로가 안정돼 있을 때 오히려 불안해해야 한다”며 “자유롭게 그 불안을 즐기라”고까지 말한다. 자신도 평론가나 큐레이터 등의 비교적 무난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창조하는 아티스트의 길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사서 고생’함으로써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위에서 말한 ‘관계’라는 자신의 일관된 주제도 정립됐고, 방송과 사회활동 등의 더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게 됐다. 기자들에게도 꿈이 뭐냐고 물으며 조언의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그녀의 사려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그녀는 이미 대중적인 인터미디언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매 순간 순간이 다 연결이 돼 나중에 드러나는 것”이라며 “현재에 충실하겠다”고 답하는 한씨. “다만 여기저기서 요청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일을 해야겠다고 반성한다”며 웃는다.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라는 저서에서 ‘그림과 친해지는 9가지 방법’을 제안했지만 자신도 “미술은 만만한 것이 아닌,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렵게 배우고 얻는 것의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는 것. 그녀는 가까운 사관동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을 것을 권한다. 우리도 미술작품을 방문해 그 작품이나 작가들과의 ‘소통’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어느새 기자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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