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보이스와 철학이 있는 가수 서문탁씨를 만나다

록커하면 무슨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노래를 통해 사회 부조리를 부르짖는 모습, 혹은 세상을 달관한 자유로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녀라면 뭔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와 공유하는 감성이 비슷했고, 소탈한 인상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고 있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서도 사람들과의 소통에 소홀하지 않는 담담함이 매력적인, 가수 서문탁씨를 만나봤다.

   
▲ 자신만의 보이스와 철학을 가진 서문탁씨 /예전미디어 자료사진

음악으로 사회를 말하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97학번인 그녀는 작년에 비로소 졸업장을 따냈다. 가수활동 하느라 학과 공부, 동아리 활동 등은 잘 하지 못했지만 연고전(그녀는 고연전이라고 한마디 했다)이나 입실렌티 등의 축제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학생들과 같이 호흡했다고 한다. 사회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를 묻자 “노래를 하려면 사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느껴 보는게 중요하다”면서 “학문적으로 사회에 대해 배우고, 내 노래에도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보고자 했다”고 답했다. 

작년 겨울에 가졌던 ‘짝짓기 콘서트-커플 출입 금지’는 그녀의 이러한 사회학적인 관심을 잘 보여준다. 공연장에는 1백 여 개의 콘돔 풍선이 하늘에서 뿌려졌고 부킹맨들은 선물 주머니에서 콘돔을 무작위로 관객들에게 살포했다. 이날의 공연을 두고 언론에서는 관심끌기용 이벤트라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그녀는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싶었다”면서 “사랑을 솔직히 표현하는 동시에, 그 뒤에 부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성병과 피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콘돔을 나눠줌으로써, 책임질 수 있는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복싱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아마추어 복싱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남들이 흔히 하는 걸 따라하고 싶진 않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면,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사뭇 당당함이 묻어났다.

관객과 함께 소통하다

방송에서는 좀처럼 그녀를 보기가 힘들다. 그녀는 “가수들이 관객과 소통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아쉬워한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노래는 앨범으로 듣거나 아니면 미사리, 평촌 등지에서 공연을 통해 들을 수 있을 뿐이다. 그녀는 일본에서도 앨범을 내고 콘서트도 여러 번 가졌던 경험이 있다. “일본에는 50대 이상의 장년층들도 나의 노래를 들으려고 찾아오곤 한다”며 그녀는 말한다. 비록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 때마다 그녀를 기억하고 찾아오는 관객들은 항상 있었다고.

요즈음은 뮤지컬로도 그녀를 만나볼 수 있다. 록 뮤지컬인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이 그의 남편 ‘이츠학’, 록밴드 ‘앵그리 인캄와 함께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여기서 그녀는 ‘이츠학’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자아의 탐구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는 성인뮤지컬이며, 컬트의 신봉자들을 들썩이게 할 세련된 작품”이라며 “대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면서 자랑을 늘어놓는다. 『헤드윅』은 오는 12월 17일까지 대학로 S.H클럽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수 서문탁. 그녀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그리 많은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매혹할 만한 그녀만의 보이스가 있으며, 그녀만의 철학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면 남도 존중하게 되죠” 그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특별한 길에 대해 자신 있는 어조로 설명하면서도 결코 그 길을 우리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 가면 그것이 가장 옳은 길이라는 것이다. 문득 그녀에게서 성숙한 내면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가 느껴졌 다.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뜨거운 강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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