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기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시대가 흐르고 유행이 변해도 마법에 걸린 듯 청바지를 찾는다. 요즘에는 사람이 청바지에 매료된 것인지, 청바지의 매력이 사람을 이끄는 것인지 그 구분마저 모호할 정도다. 노동자의 옷으로 표상되며 시작은 고요했지만 어느새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꿰찬 청바지. 세월 따라 나타나는 청바지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 유행 따라 바꿔 입어보자.

패션 70's

청바지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데님 소재, 인디고 블루의 색상, 통솔 박음질, 뒷주머니 등 많은 요소가 변함없이 유지돼 오고 있다. 하지만 청바지의 의미는 시대별로 상이했다. 대학생 문화가 급부상한 지난 1970년대, 젊은이의 문화와 함께 우리나라에 소개된 청바지는 사회에 반항심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옷이었다. 우리대학교 77학번인 고애란 교수(생과대·의상사회심리)는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은 ‘대학생’, ‘통기타 문화’, ‘개방적인 사고’와 연결되곤 했다”며 그 때를 회상한다. 

▲ 청바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하며 사랑을 받아왔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청바지가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은 지난 1973년, 10대 소녀 브룩쉴즈를 내세워 ‘나와 내 캘빈(청바지)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라는 도발적인 문구로 등장한 ‘Calvin Klein’의 영향이 크다. 청바지가 크게 유행하던 70년대 후반에는 검정색, 보라색, 하늘색 등의 컬러진이 나타나는가 하면 인디고 블루의 실크 소재로 만들어진 청바지가 등장하는 등 ‘청바지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지금처럼 해외여행이나 수입이 자유롭지 못하던 당시에 외국 브랜드의 청바지는 외국을 다녀온 사람에게 선물로나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청바지로 여겨졌다. 청바지에 청카바(청자켓), 높은 코르크 굽의 신발이 바로 그 시대의 유행 스타일이었다. 

부츠컷, 그리고 스키니

단 한 벌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 오늘날의 청바지는 무엇보다도 다양해진 디자인과 워싱, 스크래치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조합에 따라 청바지는 무한대로 연출이 가능하고, 어떤 것을 입느냐에 따라 자신의 개성을 쉽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DIESEL’ 판매사원 배선진씨는 최근 유행 경향에 대해 “남성에게는 부츠컷이, 여성에게는 스키니가 당연히 강세”라고 말한다. 특히 스키니는 여름 중반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가을에 최고조에 이르고, 현재는 사이즈가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배씨는 “아직까지는 유럽에서도 스키니가 인기를 끌고, 일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이 입고 다녔다”며 스키니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허벅지는 약간 붙고, 밑단으로 살짝 넓어져 다리가 길어 보이는 부츠컷은 사실 남녀 구분할 것도 없이 작년 초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최근 남성들의 추세를 살펴보면 피부처럼 몸에 딱 붙는 스키니를 찾는 모습이 비교적 늘었다고 한다. ‘CK jeans’ 판매사원 강준원씨는 “요즘 남성들은 여성들의 스타일처럼 몸에 붙는 스키니를 찾는다”고 말한다. 스키니는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이 입고 다녀 인기였는데, 패션에서 일본풍을 선호하는 경향도 이에 한 몫을 했다.

오늘도, 내일도 청바지

청바지를 8벌이나 소유하고 있는 이원석씨(문정·05)는 잡지를 보거나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통해 유행을 접한다. 구제 진을 선호하는 그는 청바지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의류”라며 “주로 검은색이나 갈색 종류의 숏자켓 안에 밝은 티셔츠를 맞춰 입는다”고 코디 노하우를 밝혔다. 스키니를 좋아하는 정지훈씨(영문·03)는 청바지를 “매일 입어도 티가 안 나는 의류”라며 “체형에 맞게끔 살짝 붙는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고 말한다.

올 겨울에는 가을과 마찬가지로 블랙 계열의 어두운 색상의 유행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여러 매장에서는 학생들이 검정·회색의 부츠컷과 스키니를 많이 찾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스키니는 잘못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숏자켓으로 이를 상쇄하거나, 레이어드를 통해 상하의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청바지는 코디에 제약이 있는 트레이닝복과 격식을 갖춘 정장바지 사이에서 편한 의류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혔다. “어떠한 옷에도 아무렇게나 받쳐 입기가 편하다”(이나래씨, 식품영양·04), “스타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쉽게 입을 수 있다”(박선희씨, 인문계열·06). 이것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청바지에 대한 단상이다. 구두를 신어도, 코트를 걸쳐도, 심지어 흰 티 하나만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점이 천(千)의 얼굴, 청바지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글 정석호 기자 choco0214@yonsei.ac.kr

/사진 및 참여 98기 수습기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