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청소 시작할게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아래 곰 보금자리) 최태규 대표의 목소리가 곰농장 일대에 울려 퍼졌다. 활동가들이 철창 안으로 던져 넣은 땅콩을 따라 곰들은 하나둘 내실로 들어갔다. 호스로 물을 뿌려 바닥에 널브러진 땅콩 껍데기와 변을 청소한 뒤 곰들에게 얼음 토마토, 멜론, 사과 등이 주어졌다. 곰들은 내실 문이 열리자마자 각자 좋아하는 과일을 집어 들었다. “L4 왼쪽 뒷다리 한 번만 봐 주세요” 활동가들은 철창 너머로 확인한 곰들의 건강 상태를 관찰지에 적어 내려갔다. 사육장 청소부터 개체 관찰까지, 오전 11시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화제입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주장 사이에 탈출구는 어디 있을까요?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청년’ 뇌관을 건드리다 현재 우리나라 정년은 60세이지만, 법제화된 것은 불과 8년 전입니다. 지난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제정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도록 권고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정년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
한 사람의 생이 마무리되면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유품 정리사와 특수청소부가 유품을 정리하고 장판과 벽지를 교체하면 고인의 흔적은 차츰 지워진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들은 고인의 자취를 지우고 마음에 기록하는 일이 보람차다고 한다. 유품 정리 및 특수청소 전문 업체 ‘에버그린’ 김현섭 대표를 만나 고독생과 고독사를 들여다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A. 유품 정리 및 특수청소 업체 ‘에버그린’ 김현섭 대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죽음’을 배웅하고자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에버그린을 창업
지난 4월 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죽은 지 사흘째 된 청년이 발견됐다. 그의 곁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다섯 장씩 들어있는 파일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고립된 채로 막을 내린 이들의 죽음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호명되기 시작했다. 고립된 이들의외로운 죽음 지난 4월 1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고독사(孤獨死)’ 정의가 법제화됐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이다
“요즘 애들이 어른보다 무섭다” 가해자가 촉법소년인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촉법소년 제도가 어른 못지않게 잔혹한 소년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촉법소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지난 9월 12일 오토바이 2대를 훔쳐 도심을 질주한 10대 청소년 4명이 검거됐다. 이 중 3명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2018년 7월 관악산 집
속옷조차도 업주나 마담이 간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의 존재가 뼛속까지 성매매 여성임을 알려주었다. 내 몸은 구매자들 기분을 맞춰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었다. 업주나 마담은 내 마음대로 내 몸을 꾸밀 수 없게 했고, 어떻게 내 몸을 다뤄야 하는지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중략)마담은 팔에 힘이 풀릴 때까지 그 아가씨를 때렸다. 선불금을 갚지 않고 도망을 가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무섭고 겁이 났다. 여기서는 절대로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간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던 봄날 작가가 『길 하나 건너면
또 하나의 영화관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8월 31일 서울극장은 43년간의 추억을 뒤로하고 관객과 작별했다. 세찬 비가 쏟아지던 그 날, 많은 관객이 서울극장의 마지막을 채워줬다. 시간이 흘러 관객이 떠나고 남은 것은 어두운 빗소리와 희미한 조명뿐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깊은 터널에 빠진 영화관은 빛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도금 펜과 오스카 와인서울극장에 어린 추억 지난 8월 31일 서울극장은 다양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객부터 상영관 입장을 위해 서두르는
지난 9월 1일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은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인파로 북적였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507차 정기 수요시위’는 릴레이 1인 시위 형태로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시위를 주관한 한살림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한인숙 이사는 “일본은 전쟁범죄에 응당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9월 1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을 기념하는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이라며 “오늘을 여성 인권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실천하는 날로 삼아
“몸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알 방법이 없죠” 지난 2014년 크론병을 진단받은 안희제(27)씨는 자신의 일상이 “굉장히 성가시고 불안한 상태”라 말했다. “크론병은 멀쩡한 면역 세포가 몸을 공격해 입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 기관에 염증이 계속해서 생기는 병이에요” 안씨는 ‘아픈데 그나마 건강한’ 관해기의 크론병 환자다.지난 8월 28일 우리신문사 편집실에서 만난 안씨는 마스크 너머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는 책을 인용하는 대목이 자주 등장했다. 불확실한 증상은 안씨의 감각을 거쳐 ‘질병 서사’로 나아갔
나는 내게 몸이 있단 사실을 깨닫는 데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혓바늘이 돋은 순간만큼 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때도 없는 것처럼, 각 기관을 아주 세부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의식하며 살아야 했다. 나는 건강에 무지한 건강, 청춘에 무지한 청춘이 부러웠다.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 환자 ‘아름’을 담아낸 소설이다. ‘아름’은 멀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회에 살아 숨 쉬며 질병과 사투하는 희귀질환자는 책 너머 현실에도 존재한다. 희귀질환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유전상담을 원하는 목소리가 무색하게 유전상담은 여전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이 처음 발견된 80년대만 해도 AIDS는 불치병이라고 인식됐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며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됐지만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공포는 4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감염인들은 병보다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차별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HIV/AIDS무지가 낳은 공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HIV 감염 시 초기에는 감기
유통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위기와 무인화로 인해 유통업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이에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의 속도에 맞춘 유통업 구조 개편은 노동자가 설 자리를 위협한다. 몸집 줄이던 대형마트내실 다지기로 전환 코로나19는 유통업 구조 재편을 가속했다. 비대면 기반 소비패턴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아래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지난 7월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은 전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경기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설움을 토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묻혀만 갔다. 불합리한 방송국의 관행에 따라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며 차갑게 식어만 가는 미디어 산업 근로자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올림픽의 환호성노동자의 비명 2020 도쿄 올림픽 기간 방송국은 기존과 다른 프로그램 편성에 나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프로그램 결방으로 인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다.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찬란했던 1987년의 6월 속에도 분명 어둠이 드리웠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어둠을 쉬이 인식하지 못할 뿐. 직선제 개헌 이후 노동자들의 파동과 삶을 위한 분투는 어둠 속에 기록됐다. 공지영 작가는 「동트는 새벽」을 통해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임을 비췄다. 기자는 그 흔적을 좇기 위해 구로로 나섰다. 닭장, 공순이, 멍청하게 1987년 가을,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여름의 투쟁들이 안으로 다져지기 시작했을 때, 정화는 현장에 가려는 결심을 굳혔고, 설마 하는 부모님들에게 쪽지 한 장을 남겨놓고 집을 나왔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하
새벽 4시 구로구 거리공원.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정류장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6411번 버스 두 대가 노란 전광판을 번쩍이며 이들 앞에 멈춰 섰다. 강남의 한 빌딩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서정숙(가명)씨는 “노후를 준비한다고 했지만 나이가 들어 설 자리가 여의치 않다”며 “돈이 부족하다 보니 생활비에 보태고자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씨를 비롯한 서너 명은 문이 열리자마자 급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4시 정각이 되자마자 속도를 올렸다. 기다릴 틈도 없이 앞차를 놓친 기자는 뒤따라오는 두 번째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
지난 7월 11일 초복, 대구 칠성 개시장을 찾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이다. 생선가게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니 ‘개소주’ ‘보신탕’ 간판이 이어졌다. 개고기를 증기로 찌는 과정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대부분의 가게는 셔터를 내렸고 3곳만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가게로 줄지어 들어갔다. 근처 가게로 보신탕을 배달하는 라이더도 보였다. 보신탕과 개의 죽음,복날의 두 얼굴 칠성시장에서 40년간 보신탕 업소를 운영해 온 이종태씨는 “평소 50명 정도 손님이 온다면 오늘은 100명 정도 왔다”며 “가게를
“HPV 백신 꼭 맞아야 하나요?” ‘자궁경부암’을 검색하면 자주 보이는 질문이다. 사비를 써가며 3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HPV 백신 접종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국가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HPV 백신 접종을 꾸준히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보장은 부족한 실정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있어도 여전히…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암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비정상적인 출혈, 간헐적인 하복부 통증, 배뇨통 등이 있다. 초기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다른 질병으로 착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지난 2020년 최초로 ‘탈가정 청년’을 의제화했다. 이들은 탈가정 청년을 ‘가정폭력, 가정불화, 성폭력, 아웃팅, 파산 등으로 인한 탈가정 경험이 있거나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청년 혹은 탈가정을 희망하는 청년’이라고 정의했다. 언뜻 우리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을까 싶지만, 탈가정 청년은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대학교에서도 탈가정 청년은 평범해 보이는 모습으로 힘겨운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탈가정 청년 당사자인 한윤진(정외·19)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우리대
“완전한 단절이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탈(脫)가정 청년’ 당사자 한윤진(정외·19)씨가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탈가정의 이유다. 탈가정 청년은 ‘살아남기 위해’ 가정을 떠난다. 누군가에겐 아늑하고 든든한 보호처인 가정이 이들에겐 한시도 머무르고 싶지 않은 ‘지옥’이다. 그러나 탈가정 이후의 삶은 퍽퍽하기만 하다. 이들은 제도적 지원을 받기는커녕 사회적으로 ‘호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탈가정 청년’그들이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탈가정 청년’은 지난 2020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자립TF에서
지난 4‧7 재보궐 선거는 청년들이 더 이상 ‘정치 방관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들은 선거의 판도를 뒤집는 ‘스윙보터’*로 떠올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서울권대학언론연합 청년기자단 간담회’(아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인 ▲공정 ▲일자리 ▲복지 ▲젠더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2030 청년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공정’ 2030 청년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정’이다. 지나친 경쟁에 지친 청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