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 앞에서 장애 인권은 정체된다. 우리신문사는 지난 4~8일 우리대학교 학부생 545명을 대상으로 ‘연세인과 ‘연세 접근성’’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장애 인권을 바라보는 학생 사회의 시선을 들여다봤다. 이동에서 접근까지연세인이 보는 장애 인권 지난 2021년 12월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다. 전장연은 ‘예산 없이는 권리도 없다’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정치적 관심을 촉구했다.장애인 이동권의 실상은 열악하다
“희망도 너무 크지 않게, 절망도 너무 길지 않게.” 김도현(49)은 희망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글을 쓰고 시위에 나서는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다. 평소 장애 의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 활동가는 96학번으로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국내에서 장애를 다루는 몇 안 되는 전공 중 하나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전공에서 공부한 학문에 회의를 느꼈다. 이 학문이 장애인의 삶을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이 의문을 담아 그는 진정성 있게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장애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전 8시,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인수(가명)씨와 이명근(가명)씨도 출근 준비를 마쳤다. 작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분주함은 36년째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노점 상인의 수가 약 4만 명이다. 이 숫자는 정부가 지난 2021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파악한 것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아래 민주노련) 김두환 대외협력실장은 “실제 인원은 4만 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자리를 옮기며 일하는 분들을 정부가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한 인원이
[어린이집 평가제 개편, 어떻게]① 어린이집 평가에 ‘아이’와 ‘부모’가 안 보인다② 등급 가르는 서류 바깥에 ‘교사’의 자리는 없다③ 보육 패러다임 바꾸려면 “현장으로 돌아가자”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이수정(41)씨는 세 살 딸을 두고 있다. 개학 시즌을 앞두고 동네 맘카페와 지인들로부터 알음알음 어린이집을 소개받았다. 이씨는 여러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담임교사가 돌봄과 행정 업무를 겸하고 있진 않은지, 식재료는 어떻게 공수하는지, 아이들 놀이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린이집 형태가 국공립인지 민간인지 등을
[어린이집 평가제 개편, 어떻게]① 어린이집 평가에 ‘아이’와 ‘부모’가 안 보인다② 등급 가르는 서류 바깥에 ‘교사’의 자리는 없다③ 보육 패러다임 바꾸려면 “현장으로 돌아가자” 배선영(23)씨는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2년째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보육교사의 전문성이 중요함을 일찍이 깨달았다. 부모보다 더 오래, 더 가까이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배씨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영유아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는 동시에
[어린이집 평가제 개편, 어떻게]① 어린이집 평가에 ‘아이’와 ‘부모’가 안 보인다② 등급 가르는 서류 바깥에 ‘교사’의 자리는 없다③ 보육 패러다임 바꾸려면 “현장으로 돌아가자” 최악의 아동학대가 최고의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지난 2021년 9월 원생 11명을 상습 학대하고 방조한 인천의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6명과 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CCTV 조사 결과 2020년 11~12월 사이 드러난 학대 의심 정황은 250여 건. 공분이 커진 건 해당 어린이집이 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보육
‘자살 사별 과정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혜령(가명·29)씨는 짧게 침묵했다. 지난 2018년 남동생의 자살 이후 혜령씨는 “지독하게 외로운 고통의 진공 상태”를 겪었다.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죽음에 직면하는 것부터가 정말 두렵더라고요. 화상 입은 것처럼 늘 뜨거운 느낌이 들었어요.”혜령씨는 죽음의 시간을 치열하게 통과했다. 애도 상담을 하면서 “결국엔 불씨를 다 태워서 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태워지는 과정에 있는 거구나’, ‘재가 되면 고통의 온도가 조금은 낮아지겠구나’ 생각하며 혜령씨는 한
“자연스럽게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 사별도 있다는 것, 특히 자살이나 재난이나 사고와 같이 예측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죽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별의 순간에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산다는 것,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불쑥불쑥 떠나간 사람이 지독히도 아프게 떠오른다는 것” (고선규,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사별의 고통을 헤아리는 사람. 고선규(47)는 자살 사별자의 애도를 돕는 임상심리 전문가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일하며 자살 사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탄소중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산업전환이 예고되는 가운데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탄소중립 이면에 소외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이뤄질 수 있을까. 탄소중립과 산업전환,노동전환과 일자리 위기 지난 2015년 12월 개최된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아래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197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보다 낮게 유지하고, 나아가 1.5
“균형 감각이 부족하다”는 홍은전(43)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내는 게 어려운 사람이다.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려면 주변의 스위치를 모두 꺼야 한다. 대학 시절 전공 공부보다 학생회, 학회 같은 학내 공동체 활동에 열심이었다. 사범대 4학년이 됐지만 임용고시를 준비할 스위치를 제때 켜지 못했다. 늦게 공부를 시작하려니 조바심이 났다. 임용고시를 접고 잠시 방황하다가, 1년간 야학 교사를 하며 쉬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포털사이트에 ‘야학’을 검색하자 가장 상단에 뜬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비장애 형제는 장애 당사자의 형제자매다. 비장애 형제의 삶은 종종 장애 형제를 돌보는 삶, 고난과 슬픔을 버티는 삶으로 그려진다. 누군가는 비장애 형제의 치열한 삶을 연민으로 바라보고, 마음을 울리는 ‘그들’의 일화에 감동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너무도 어렵고 힘겹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리’와 ‘그들’의 구분, 이타적인 연민조차 ‘비장애 형제이기에 불행할 것’이라는 빈약한 편견에 근거한다. 슬픔과 기쁨, 혹은 그저 그런 순간들이 교차하며 모두의 인생이 만들어지듯 비장애 형제의 삶도 늘 고통스럽고 슬프기만 한 것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뺏는 중인가. 거리에 ‘타이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등 마사지 업체가 늘어섰다. 안마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대개 ‘불법 업소’다. ‘합법 안마사’로 일하는 신창숙(51)씨는 말했다. “비장애인들이 우리가 가진 것만이라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직업 하나만 갖고 있는데,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시각장애인 생존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 법률은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자격 독점권을 부여한다. 「의료법」(아래 의료법) 제82조 1항은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다음 각호의 어
공영장례를 취재할 수 있는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나눔과나눔’ 김민석 팀장은 괜찮다고 응답했다. 다만 김 팀장은 당부했다. “공영장례가 쓸쓸하게만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느 장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인을 보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들에게 어떤 애도의 공간이 마련되고 있을까. 공영장례, 애도의 마지막 기회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아래 서울시 장례조례)에 따르면 ‘공영장례’는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 등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사망자를 위해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공공장례를 의미한다. 공영장례의 대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대선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 수치인 36.93%로 집계됐습니다. 기록적으로 많은 국민이 사전 투표장으로 향하던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서는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아래 대응팀)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국가가 장애인의 참정권을 ‘완전히’ 보장할 방안을 고민해 다음 투표에는 기자회견 없이 모두 바로 투표소로 갈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263만 장애인 유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단편선(가명) 이사장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산업은 항상 성장하고 있어요. 해마다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죠. 분명한 호황입니다”라고 말했다. 호황은 누구의 몫이며 이득인가.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이 말했다. “10년 전? 생각해보면 지옥이었죠. 스트리밍 시스템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인디 업계에서는 곧 업계가 망할 것이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가 천국이었어요. 앞으로 10년 뒤? 똑같아요. 남은 날 중 당장 오늘이 가장 천국일 겁니다. 10년 뒤에는 더 열악할
“법이 개정됐어도 현장은 똑같아요. 불법이더라도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 일을 하지 않는 경비원은 내몰리기 마련이죠.” 지난 8일 압구정동 ㄱ아파트에서 만난 관리원 J(62)씨가 기자에게 말했다. 2021년 10월 21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아래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되고 다섯 달이 지났다. 현장에는 여전히 빈틈이 남아있다. 가깝지만 먼 이웃 아파트 경비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1.1%를 기록했다. 국내 절반 이상의 가구가 거주하는 아
23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미래를 꿈꾸는, 인생의 찬란한 봄의 시간이다. 그러나 운동선수들에게 23세는 막막한 미래를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다. 지난 2019년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평균 은퇴 연령은 23.6세. 대부분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꿈’으로 둬야 하는 그들을 바라본다. 경제적·신체적 벽에 가로막힌 은퇴 선수 화려한 등장, 수백억을 넘는 연봉, 팬들의 엄청난 환호성. 스타 선수가 누리는 것들이다. 그 이면엔 은퇴 선수들이 있다. 지난 2020년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
동경 130도, 북위 37도에 위치한 오각형의 화산섬.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울릉도에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천혜의 비경이 가득하다. 저동마을에서 출발해 울릉도 둘레길을 따라 펼쳐지는 촛대바위, 삼선암, 거북바위 등을 바라보면 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지질공원을 연상케 한다. 해발 400m 너머에는 백색 설경을 자랑하는 나리분지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울릉도 가는 길은 그럼에도 순탄치 않은 여정이다. 울릉도와 육지 사이의 지리적 거리는 물리적 시간과 정확히 비례한다. 울릉도는 한반도 부속 도서 중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
베르너 비쇼프의 흑백 사진 속에서 포로들은 춤을 추고 있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춤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기자들은 거제도에 방문해 거제 포로수용소(아래 포로수용소)의 흔적을 쫓아봤다.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그날의 흔적을 쫓다 지금 나는 사진 한 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1952년의 어느 겨울날,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한 광장에서 포로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설명으로는 그들이 추는 춤이 스퀘어댄스라고 한다. 뒤쪽으로는 ‘자
도시 공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가. 도시 간의 격차는 도시 내의 분절로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 부족할 때 도시 구성원의 고립은 심화된다. ‘포용도시’ 담론은 도시의 분절과 불평등을 공간으로 감싸 안고자 한다. 지역격차와 공간의 분절 우리나라의 지역격차는 수도권을 기점으로 한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답게 우리나라의 모든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각각 6천826만, 6천718만, 5천560만 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