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악성 종양과 닮았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과 림프관을 통해 온몸에 전이되는 종양처럼, 정리하지 못한 트라우마는 서서히 마음을 잠식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 오은혜 재난및위기대응이사는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난 시점이 트라우마를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말한다. 트라우마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지나면, 개인의 몸에 내재돼 만성화되기 때문이다.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보다 한 달이나 더 지나버린 지금, 우리는 트라우마를 정리할 수 있는 ‘최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10·29 참사를
누군가에게 폐지는 삶이다. 폐지를 줍고, 모으고, 압축하고, 되판다. 신촌 근방 고물상에서 폐지는 kg당 40원에 거래된다. 폐지산업구조 밑단으로 갈수록 폐지산업 생태계 구성원 간의 간극은 커진다.폐지(廢紙)는 쓰레기가 아니다.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서 무한히 살아날 수 있다. 본 폐지산업 기획은 폐지를 살려내는 이들을 담았다. 우리는 모두 폐지와 맞닿아 있다. 폐지산업구조를 들여다보면 폐지수집노인 너머에 고물상, 압축장이 보인다. 고물상은 점차 사라지고, 압축장에 폐지는 쌓여간다. 폐지수집노인, 고물상, 압축장을 거친
“바빠 죽겠는데 올해도 들어야 할 교육이 산더미네.” “몇 배속으로 틀어 둘 거야?” “난 근무 시간에 틀어두려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법정 의무교육’ 이수를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커뮤니티를 계속 둘러봐도 교육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교육 이수의 귀찮음을 호소하거나 교육을 빨리 끝내는 법을 공유할 뿐이다. 직장인들이 법정 의무교육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할뿐더러 성실히 교육에 임하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정 의무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법정 의무교육이란 법정 의무교육이란 관련 법에 따라 사업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A초등학교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골목. 신촌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이 거리에는 다수의 술집과 노래방, 오락실 등이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가게들은 ‘XX 주점’, ‘XX 포차’ 등의 표기를 한 화려한 간판을 내걸고 영업한다. 교육환경 보호구역이지만 젊음의 거리입니다 “오늘 80명 단체 예약이 있어서요, 아주 바쁠 것 같아요” 지난 2월 23일 오후 6시 30분. 어스름한 저녁 빛이 내려앉자 신촌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술집과 노래방은 하나둘 간판의 불을 켰다. 해는 졌지만,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거리는 다시
지난 1992년, 서울특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매립했던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정부는 경기도 김포군(현 김포시) 서부의 간척지를 신규 쓰레기 매립지 부지로 선정했다. 이어 부지를 서울특별시, 인천직할시(현 인천광역시), 경기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역 수도권 매립지로 지정했다. 409만㎡ 규모의 제1 매립장, 378만㎡ 규모의 제2 매립장이 각각 지난 2000년, 2018년 사용종료 됐고 현재는 103만㎡ 규모의 제3-1 매립장을 사용 중이다. 매일 수백 대의 트럭이 수도권 각지의 쓰레기를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누군가에게 폐지는 삶이다. 폐지를 줍고, 모으고, 압축하고, 되판다. 신촌 근방 고물상에서 폐지는 kg당 40원에 거래된다. 폐지 산업 구조 밑단으로 갈수록 폐지산업 생태계 구성원 간의 간극은 커진다.폐지(廢紙)는 쓰레기가 아니다.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서 무한히 살아날 수 있다. 본 폐지산업 기획은 폐지를 살려내는 이들을 담았다. 우리는 모두 폐지와 맞닿아 있다. 이른 아침, 리어카를 끌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이들을 폐지수집노인, 누군가는 그저 쓰레기 줍는 사람으로 부른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하여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높은 생활환경을 갖춘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도시입니다.-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지난 2005년, 대한민국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산업·학계·연구기관·관공서가 협력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지방 도시로 이전시켜 해당 권역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150개가 넘는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위치
SBS 윤춘호 논설위원은 인물 탐구 기사 ‘그사람’을 연재하고 있다. ‘그사람’은 단순한 인터뷰 기사가 아니다. 한 인물에 대한 깊은 관찰을 토대로 하는 인물 탐구 기사다. 그의 글에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있다. 정책에 가려진, 언론 프레임에 가려진, 만들어진 이미지에 가려진 ‘그사람’을 드러낸다. 그의 글은 탁월한 문장력으로 독자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글에 사람을 담는 그를 담아봤다. ‘그사람’의 인생 민주화, 학생운동, 진보로 대표되는 386이념의 포로로 살아왔다. 학생운동이 가장 활발하던 지난 1980년대에
광복(光復). 1945년 8월 15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찾아왔다. 되찾은 봄의 이면에는 원치 않은 강제징용과 전쟁으로 죽고 다치며, 가족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비명이 파묻혀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의 핏자국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하근찬 작가는 소설 「수난이대」에 일제 침략 전쟁과 6·25전쟁을 관통한 부자의 아픔을 담았다. 주인공 만도는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됐다. 그의 아들 진수는 6·25전쟁에 참전한 상이군인이었다. 기자는 이들 부자의 상처가 묻힌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
장향미(43)씨는 IT업계에서 16년째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지난 2017년까지 그에겐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없었다.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이다. 밤새 일하던 그는 몸이 아파도 회사를 탓하지 않았다. 되려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했다. 내가 강하지 못해서, 내가 부족해서라며 자책했다.과로의 그늘은 오히려 그의 가족에게 더욱 짙게 드리웠다. 지난 2018년 그는 ‘과로자살’로 동생을 잃었다. 그러나 동생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즉각 인정받지 못했다. 그것이 산업재해로 인정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업무상 과로와 죽음 간의 연관성을
“여기는 장사 안 하는 건가요?” 서울 중구 동대문에 위치한 이른바 ‘짝퉁의 성지’, 새빛시장. 기자는 불이 꺼진 노란 천막 앞에 멈춰 서서 왜 장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상인 A씨는 “전기가 나가서 아직 장사를 안 하고 있다”며 “옆에서 전기공사 중이다. 1시간 뒤면 공사가 끝난다고 하니 조금 이따가 방문하라”고 말했다. 천막 옆에는 7톤짜리 ‘긴급전기공사’ 트럭이 있었다. 한국전력 서울본부에서 나온 차량이었다. 가품 판매는 불법,가품 노점은 합법? 기자가 방문한 날 새빛시장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빛과 어둠이 엇갈려 있었다. 동
식량안보란 ‘식량의 생산 및 재고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여 국민의 식량을 위협하는 외부의 요인에서 국민을 지키는 일’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국내 곡물 소비량의 약 70%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가 취약한 이유는 쌀의 자급률은 높지만 타작물의 자급률은 낮은 점이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없다. 자급률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살펴봤다. 전 세계 식량안보에 켜진 적색 경고등 최근 몇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1일부터 7일까지 우리대학교 학부생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인구통계학적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신촌·국제 캠퍼스 152명(75%), 미래캠퍼스 52명(25%)*남성 82명(40.20%), 여성 118명(57.84%), 기타 성별 4명(1.96%)*1학년 93명(45.59%), 2학년 44명(21.57%), 3학년 33명(16.18%),4학년 이상 34명(16.67%) 글 박경민 기자lightmiin@yonsei.ac.kr복건우 기자geonu_20@yonsei.ac.kr이현성 기자leehs9800@y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우리신문사가 우리대학교 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세인과 주거’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이 주거 환경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주지에 불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6%(52명)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항목은 ‘방 크기’다. 주거 환경에 불만을 표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인원(24명)이 ‘주거 면적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4.23평에서 n개의 방이 나온다 정부는 원룸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1년 10월 입법
사람은 민달팽이와 같다. 날 때부터 집을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달팽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집을 가질 권리를 꿈꾸는 단체를 만들었다. 바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다. 지난 2일,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집 없는 모든 이들의 ‘집 있는 삶’을 위해 힘써온 우리대학교 동문이자 민달팽이유니온 창립자 권지웅(34)씨를 만났다. 우리대학교 민달팽이기숙사를 짓다 권씨는 대학생 시절부터 주거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우리대학교 47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할 당시만 해도, 청년 주거는 학생사회에서 다루는 이슈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손가락을 화면 아래로 내린다. 숏폼 콘텐츠(아래 숏폼)를 보기 위해서다. 국내 최대 다중 채널 네트워크 기업인 샌드박스 ‘뉴미디어 트렌드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숏폼은 2022년 미디어 산업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다. 틱톡에서 시작해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에 이르기까지. 숏폼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 깊은 곳까지 침투했다. 숏폼의 어제와 오늘 유례없는 ‘콘텐츠 홍수 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숏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21 숏폼 콘텐츠 플랫폼 보고서’에 따르면
이지문 연구교수(국가관리연구원·내부고발)는 지난 19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 문제를 내부고발(군 내부고발)을 통해 알린 장본인이다. 군대 내 선거 부조리가 사그라든 것이 오로지 이 교수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군대 내 선거 부조리를 공론화한 데 이 교수의 공이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불의에 맞서 세상을 바꾼 그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 “정의롭지 않다”며 자세를 낮췄다. 10월 31일 개인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90분간 군 내부고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 이지문, 군 투표 비리를 고발하다 그는 내부고발 당시의 망
“이현성씨 되십니까? 서울중앙지검 이○○ 수사관입니다. 본인과 관련된 사건으로 몇 가지 확인차 연락드렸고요. 잠시 통화 가능하십니까? 사건 내용부터 간단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작년 4월에서 8월까지 강남 오피스텔에서 전자금융법 위반 혐의로 주범 김민수를 포함한 일당을 검거했습니다. 본인은 혹시 국민은행에서 과장으로 재직했던 42세 남성 김민수씨를 아십니까?”010-5***-8**8. 지난 5일 오전 10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기자는 금세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8월 24일 010-
지난 7월 23일, 프랑스에서 TV 수신료 폐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수신료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지 2달 만입니다. 일본에서는 현지 공영방송 NHK의 수신료를 기존보다 10%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두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입니다.그런데 수신료 폐지 이슈, 어딘가 익숙합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 KBS 역시 다른 국가들처럼 국민들에게 공영방송 수신료를 걷어 왔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우리나라의 수신료 징수 방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KBS가 수신료의 가치
지난 2021년 tvN이 방영한 드라마 『해피니스』는 좀비 사태가 발생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계급 간 차별과 신경전을 그렸다.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임대·분양주택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임대동과 분양동의 갈등, 어딘가 익숙하다. 같은 단지, 같은 아파트 안에서 구획을 나눠 위계를 가르는 일은 2022년의 한국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한쪽(임대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를, 다른 한쪽(분양동)은 형평성과 공정을 문제 삼는다.대도시 신축 아파트라는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은 마냥 비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