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의 바둑은 현대 바둑의 완전체. 승부욕에 있어선 전신(戰神)* 조훈현 9단, 파괴력에 있어선 유창혁 9단, 끝내기에 있어선 신산(神算)** 이창호 9단에 버금가는 장점을 모두 다 갖춘 기사”이는 이세돌 9단에 대한 김성룡 9단의 말이다. 이세돌 9단은 12세의 나이로 입단하여 불패소년이라 불리며 32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입단 8년 만에 입신(入神)의 경지라 불리는 9단으로 승격해 한국기원 최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바둑계의 전설이라 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 뒤에 세 개의 점이 바둑돌처럼 생각돼 탄생됐다는 ‘세돌’이라는 이름은 그와 바둑과의 범상치 않은 인연을 보여준다. 지난 1995년 입단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승부사의 정신으로 도전하는 그,
지난 2015년 한 해동안 50개의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그리고 2016년 상반기, 10개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아이돌 시장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또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소비하고 있을까? 이번 .zip에서는 아이돌 시스템의 A to Z와, 그에 따른 다양한 20대의 시선을 담아봤다. 바둑계의 쎈돌, 이세돌 9단을 만나다“내가 최강인 것 같다. 실력적으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이세돌 9단12세의 나이로 입단해, 32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 최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바둑계의 전설이라 불린다. 지난 3월 인류 대표로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을 치러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세돌 9단은 지난 20일 프로
‘영원한 오빠’ 조용필의 등장 이래로, ‘팬’이라는 집단과 스타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우상화된 존재인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팬의 행보는 아이돌의 음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오늘날 좀 잘 나간다는 아이돌의 팬카페 가입자 수는 십만 명을 훌쩍 넘긴다. 이쯤 되면, 웬만한 국가의 군대에 필적하는 규모다. 거대한 집단으로부터 열광적인 애정을 받는다는 것은 스타로서 분명 기쁜 일이겠으나, 맹목적인 감정은 엇나가기도 쉬운 법이다. 팬들은 때로 지나친 집착으로 스타에게 피해를 주고 물의를 일으키는 등 미성숙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팬들의 바람직한 모습과 잘못된 모습을 아이돌의 역사 속에서 살펴보자.족쇄처럼 따라다니는 팬들, 이제 그만해 줘!흔히 ‘사생팬’이라 불리는 추종자들
당신에게 ‘아이돌’은 어떤 존재인가. TV를 틀면 질리도록 나오는 존재? 인기 있는 신인 걸그룹의 멤버를 구분 못 하는 순간 늙었음을 알 수 있는 나이의 척도? 가히 ‘아이돌 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깊이 뿌리내린 아이돌은 이제는 더는 신선한 문화가 아니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들의 팬 역시 마찬가지. 아이돌 팬,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허무하고 미련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저마다의 신념을 지니고 누구보다 진지하고 소중한 사랑을 하고 있다. 비록 ‘덕질’이라는 단어로 격하됐지만, 이들의 러브스토리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유형도 각양각색, 여섯 명의 아이돌 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생 되면 탈덕 한다고? 아
요즘엔 들을만한 노래가 없어, 마음속에 담을만한 가사가 없어-에픽하이, 「선곡표」(2007) 中가끔 음악차트를 보면 질릴 때가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며칠 전에 컴백한 아이돌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거나 사랑과 이별이 주제인 뻔한 노래들로 차트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으면, ‘들을 노래가 없다’는 말이 한숨처럼 절로 나온다. 사랑과 이별이 내 얘기 같은 적도 한두 번이지, 또 뜻을 알 수 없는 외국어는 왜 이리 많이 쓰는지. 곱씹으며 음미할 만한 가사는 없는 걸까?사실, 불평하기에 앞서 음악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아이돌도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이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시대에 따라 아이돌 가사의 트렌드도 꾸준히 변해왔으니 지금부터 확인해보자!표현의 자
엑소, 트와이스, I.O.I, 방탄소년단…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보석들은 어떻게 데뷔했을까? 그리고 아이돌 생활이 끝난 후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마냥 화사하기만 한 아이돌이지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들이다. 오늘, 아이돌 기획을 맞이해 「.zip」은 단 3분 동안의 화려한 무대를 위해 땀 흘리는 20대 청춘들의 삶을 조명해봤다.연습생 생활, 견딜 수 있겠어?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스펙은 영어나 컴퓨터 자격증이 아니다. 그들은 ‘연습생’이 돼 보컬, 댄스라는 스펙을 쌓는다. 아래 아이템 창에는 자타공인 연습생 필수 코스 딱 세 가지, 기획사·트레이닝·외모관리가 들어있다. 내 아이돌의 데뷔 과정이 어땠을지 상상하면
이세돌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둑이 궁금한 학생이라면 기우회를 방문해보길.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이세돌9단과 중국의 구리9단이 감독을 맡아 칭와대와의 바둑 친선경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진 남유진기자 yujin221@yonsei.ac.kr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은 대학생들에게는 더욱 와 닿는 표현이다. 괴로웠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고 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기이기 때문. 햇살을 즐기고자 하는 학생들 때문에 5월의 백양로는 한껏 들뜬 느낌이다. 청량한 날씨에 잔뜩 취하는 학생들이 또 무엇에 취하는고 하니, 바로 대학가를 수놓는 축제의 향연이다. 밴드음악과 막걸리, 지글거리는 김치전과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그 대학축제들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내가 바로 서울대의(?) 바보다서울대에는 3대 바보가 있다고 한다.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 정문까지 걸어가는 사람,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그리고 학교 축제에 놀러가는 사람! 그 바보짓, 기자가 몸소 해보기로
연세로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백양로의 연장선과 같은 곳이다. 등하교하거나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반드시 지나는 길인만큼 일상적인 생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세로가 지난 14일, ‘신촌댄스배틀(아래 댄스배틀)’을 통해 다채로운 춤사위를 뽐내는 색다르고 즐거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따스한 오월의 햇볕 아래 댄스배틀에 참여한 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춤꾼들과 관객들의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회의 현장을 전달하고자 한다.신촌 방문객들을 넋 놓게 만든 춤의 향연 지난 14일 낮 2시부터 신촌 유플렉스에 마련된 무대에서 서대문구청의 주최로 댄스배틀이 개최됐다. 이는 내빈소개와 서대문구청장의 축사, 그리고 심사방식 안내로 그 서막을 열
문득 일상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눈앞에 쌓인 과제와 일감들이 나를 위한 건지, 내가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헷갈릴 때. 온종일 애매한 기분으로 보내는 나날이 반복될 때. 이때다 싶었는지 글쟁이 최고의 적, 매너리즘이 몽마(夢魔)처럼 덮쳐온다. 으, 떠나고 싶다. 그렇다고 막상 떠나려니 또 무섭다.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고민 속에서, 기자는 지갑과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이태원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단 몇 시간을 보내기 위해.게스트하우스 파티(아래 게스트파티)는 투숙객들끼리 홀 또는 옥상에 모여 여는 파티로, 게스트하우스의 ‘아이덴티티’다. 자칫하면 스쳐 지나버렸을 인연들을 한데 모아 여는 한밤의 맥주 파티는
그녀의 직장은 그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녀의 삶은 서서히 피투성이가 돼갔지만, 공장에게 그녀는 수많은 노동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녀가 사회의 그늘진 어딘가에서 다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그 누구도 불법 파견 노동자(아래 파견 노동자*)인 그녀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에게 닥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하청 먹이사슬 속 노동자는 ‘파리 목숨’지난 2015년 12월 말,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스마트폰 부품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 김미연(28,가명)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느꼈다. 미연씨는 이유 모를 두통과 메스꺼움이 있었지만 공장으로 일하러 나가야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의식을 잃고 응급
놀이문화가 ‘방’으로 특화된 서글픈 우리나라에서는 노래 부르기도 ‘방’에서 이뤄진다. 바로 노래방 말이다. 그러나 성인이 됨과 동시에 껑충 뛴 노래방 요금이 부담스럽다 느껴진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그나마 저렴한 코인 노래방이나 1인 노래방 역시 노래 부르기 전부터 대기시간에 지치거나, 2% 부족하다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노래 부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으니, 바로 노래방 앱(App)! 어른이 되면 집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는 것이 어릴 적 로망이었던 사람들은 주목하시라, 이제부터는 당신 손에 쥐어진 그 스마트폰 한 대면 어디든 노래방이 될 테니. 비슷한 앱이 우후죽순 범람하기 시작한 노래방 앱 시장에서 Best 3를 기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뽑았다. 각 앱의 장단점이 달라 소
한류는 더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지난 4월 15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형물이 세워졌다. 이는 한류 관광의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관광기구(United Nations World Tourism Organization, UNWTO)가 발표한 세계 관광 규모순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 관광 산업은 20위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고 더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 것일까?국가 이미지와 공공외교‘대한민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생각해보자.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가령 ‘프랑스’를 떠올렸을 때, 누군가는 에펠탑과 파리의 야경을
디제이(DJ, Disk Jockey)는 ‘음악의 기수’라는 뜻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들이 음악을 들려주는 행위가 ‘DJ+ing’, 즉 디제잉이다. 이 개념은 본래 라디오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오늘날 디제이의 세부 분야는 디제잉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클럽 디제이부터 직접 작곡하는 프로듀서 디제이, 파티 또는 이벤트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파티 디제이 등이 있다. 요즘에는 직접 작곡을 통해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프로듀싱이 추세다. 디제잉=시끄러운 음악?아마 우리 대다수는 클럽 디제잉을 통해 디제이를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디제이는 클럽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파티 음악 연출과 같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그 무게를 누가 감히 잴 수 있을까. 영화 『무게』에서는 사회에서 격리된 채 어두운 그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초부터 숨어 살아야 했던 그들은 어떤 사회적 시선을 받고 있을까.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사람들이 괴물로 보든 벌레로 보든 무슨 상관이야? 살아야지”영화 『무게』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공원을 거닐고, 공연을 본다. 그러나 이 세상은 영화의 주인공 정씨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이후 ‘꼽추’는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이
누구나 살면서 후회하는 것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단짝친구와 별거 아닌 이유로 싸웠을 때 내가 먼저 사과했더라면, 밤늦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라면…. 그런 후회들은 때로는 죄책감으로 남아 마음속에 깊게 새겨지기도 한다. 이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들. 그런데 당신에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지난 2012년 산베 케이(三部けい)가 연재한 동명의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2016년 1월에 방영한 일본 애니메이션 『나만이 없는 거리(僕だけがいない街)』는 29살 청년 후지누마 사토루 과거로 돌아가 그가 가장 후회했던 사건을 막는 이야기다. ‘타임슬립(Time slip)*’은 여러 작품에서 꽤 로맨틱한 장치로 사용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극적일 뿐 낭만적이지는 않다. 다만 주인공
마돈나가 사진 한 장으로 슈퍼스타가 됐다면 믿겠는가? 그녀는 앨범 자켓 사진 한 장으로 동시대를 풍미하던 팝스타 신디 로퍼를 제치고 최고로 떠올랐다. 이때 그녀에게 ‘팝의 여왕’이라는 목걸이를 걸어준 사진작가가 바로 허브 릿츠(Herb Ritts)다. ▲「Madonna」 (True Blue Profile), Hollywood, 1986허브 릿츠의 사진은 ‘자기소개서’와 다름없다. 모델의 성격, 직업, 인생은 물론 나아가 고유의 아름다움까지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 이렇게 말하면 기자가 무슨 평론가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니다. 기자는 ‘사알못(사진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중문화의 똥강아지로 예술사진이라고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예술성
예술가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는다. 이것은 예술작품을 창작하게 된 순간부터 예술가에게 주어진 숙명적 임무다. 이에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포해 창작하기도 한다.침묵하거나 침묵하지 않으면서나는 보여주고자 하였지요. 다양한 각도에서의 실패를. 독자들은 보았을까, 내가 보여주고자 한 실패. 보지 못했지……. 나는 결국 실패를 보여주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쓸모없는 독자들이여,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中 「내일은 프로」실패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것에 실패하고만 시인 황병승.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실패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실패하고자 한 것일까. 이 실패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이가 있다. 그는 바로 그리스
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던 기자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운명적인 사랑을 기대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좀 기대하면 어때?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온갖 간섭 때문에, 연애 조장 사회에서 솔로로 살아가기란 이렇게나 힘들다. 남의 삶에 끼어들지 못해 안달인 이들의 입을 잠시나마 막아보기 위해, 영화 리뷰를 시작하기 전 운명적 사랑을 기대하는 이들을 위한 변(辯)을 몇 마디 해볼까 한다.운명에의 불신은 신분제의 타파로부터 비롯됐다. 날 때부터 숨을 죄고 있던 목줄을 끊어내고 나자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때부터 ‘현실적인 것’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고질병이 발현된 듯싶다.
아, 떠나고 싶다. 개강한 지 어언 한 달, 벌써부터 종강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들이 품속에 상비한다는 사표처럼 지금이라도 당장 휴학계를 내고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건 나, 너 우리 모두의 이야기겠지. 일상에 치이다 보면, 문득 어릴 적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며 꿈꿨던 여행이 간절해지는 순간이 온다. 떠나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꼬깃꼬깃 접어둔 마음속 세계지도를 꺼내 펼쳐보면, 용기는 곧 온데간데없이 그놈의 돈! 시간! 역시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 여행인가 싶기도.그럴 때 찾아보게 되는 건 아무래도 나대신 다녀온 누군가의 기록들이다. 배 아프면서도 나중에 여유 생기면 나도 여기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여행사진과 동영상 말이다. 그중에서도 여행을 다녀온 이부터 준비하는 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