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포털 사이트에 소개된 블로그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남아프리카의 내륙 잠비아 고산지대의 ‘바벰바 부족’에서는 반사회적 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이 생기면 바벰바 부족은 며칠간의 의식을 시작한다. 구성원이 모여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을 둥글게 에워싼다. 차례로 돌아가며 그 부족원이 베풀었던 선행, 그가 가진 건설적인 능력, 그가 베풀었던 친절한 행위를 빠짐없이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이나 과장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족원의 칭찬 거리를 다 찾아내면 비로소 즐거운 축제가 시작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다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긍정적인 심판은 그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장점을 말하고 자존감을 지켜줌으로써 공동체를 위해 봉
현행 선거제도는 300명의 의석 중 253석은 각 지역선거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에게 배정한다. 나머지 47석은 별도의 정당투표를 통해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례대표의석이 전체의석의 1/6 수준에 불과한 데다 지역선거구에서 유권자 과반의 표가 대표 선출에 반영되지 못했다. 때문에 국민대표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줄곧 지적돼 왔다. 이 선거제도는 지역 기반을 가진 거대정당에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률을 보장하고, 소수정당은 지지도에 못 미치는 의석을 배당해 국회의 다수세력을 조작적으로 형성하는 정의롭지 못한 선거제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각각 37%, 38.3%였지만 지역구 의석은 43.5%와 41.5%를 차지했다. 두
최근 몇 년간 국민의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은 미세먼지 문제가 이제 법적으로도 사회재난의 영역에 포함됐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미세먼지 관련 8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미세먼지 고농도 규제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돼 2부제 차량 운행, 노후 디젤 차량 조기 교체, 초등학교 주변 주차 금지 등이 전국에서 시행됐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미세먼지는 수 ㎛ 정도의 지름이기에 육안은커녕 광학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고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야 겨우 그 크기와 형태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고농도에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미세먼지가 빛을 산란한 간접적인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그 악영향은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삼
2019년, 기형도 시인 30주기다. 정외 79학번이니 입학도 올해가 꼭 40년이 되는 해다. 나는 기형도를 만나 본 적이 없다. 나의 졸업은 지난 1979년 2월 말이었고, 그 며칠 뒤 기형도가 입학했기에 함께 대학 생활을 하지 않았다. 정외과 학생으로 ‘연세문학회’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으나,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았으므로 정치학도가 문학의 길을 두드린 연유에 각각 무엇이 닮았고 어떻게 달랐는지 문답해볼 기회는 없었다. 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것이 1989년 여름이었는데, 기형도는 같은 해 3월 유명을 달리했다. 선후배들을 통해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천재성과 천재의 요절에 관한 이야기였다.서른을 넘기지 못했던 청년 기형도. 그의 글들은 무엇을 필사적으로 증언
법원은 주어진 사건에서 다퉈지는 주장 중에서 사실을 확정하고, 그 사실에 적용되는 법을 해석·적용하는 일을 한다. 사람이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소송에서 쟁점이 되면 이는 사실판단의 문제로 법관이 자유재량에 따라 사실을 판단할 권한을 가진다.대법원은 지난 2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에 관한 문제에 대해 판단했다. 1989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 활동으로 하는 사람(아래 육체노동)의 가동 연한을 경험칙상 만 55세라고 본 기존 견해를 폐기하고 육체노동의 가동 연한을 만 60세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은 이 판결의 견해를 이후 30년간 유지해 왔다.그런데 그 30년 동안 대한민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
한류 수요는 6천만이라고 알려져 있고 1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 태양 뜨거운 아프리카,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위치한 세종학당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이들은 K-pop, 한국 유학이나 여행, 한국 기업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호기심을 갖고 세종학당을 찾아온다. 세종학당은 이러한 전 세계 한류 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통로가 되며, 한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세계 속의 작은 한국’이다.연세대를 잠시 떠나 현재 몸담은 세종학당재단은 이러한 세종학당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세종학당은 지난 2007년 13개소로 시작해 2018년 11월 기준 56개국 174개소로 13배에 가
최근 대학 평가에 대해 원주캠 구성원은 물론 모든 연세인이 많은 실망감을 가졌다. 특히 원주캠 구성원이 지난 40년간 어려운 여건에서 자구 노력을 통해 성장·발전 해 온 것이 휴짓조각으로 변하고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과연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왔을까? 새로운 변화와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면, 40년 후에는 또 다시 헤어나지 못할 수렁에 빠질 것이다. 요인은 크게 세 가지라 본다. 첫 번째 요인은 원주캠 설립 당시 한양대 ERICA 캠과 같이 본교와 분교를 아우르는 하나의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신촌캠과 일부 중복된 근시안적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두 번째 요인은 지난 40년간 원주캠은 예산이 독립된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왔으나 운영을 하는 행정조직의 수장인 원주부총장은 원주캠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원주캠이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됐다. 최근 원주캠은 ACE+, LINC+, CK2 등 지원한 교육부 대형 사업마다 선정됐기에, 이번 평가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1978년 원주캠이 시작된 후 지방소재 대학이라는 한계와 신촌캠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이중의 압박 속에 열과 성을 다해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구성원들에게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연세대학교라기보다는 지방대학교로 자리매김한 원주캠은 대학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이미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정원을 채우더라도 우리대학교 위상에 걸맞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대학들에 오는 2021년까지 입학정원 10%의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
미생물(微生物)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하찮고 귀찮고 마땅찮은 존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미소(微小)의 매력에 빠져 30년 넘게 이 작은 녀석들과 사귀다 보니, 이들이 아름다운 생물 곧 미생물(美生物)로 보이기도 한다. 무한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전하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볼 때 특히 그렇다.생물과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통틀어 생태계라고 한다. 범위를 정하기에 따라 생태계의 규모와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기본 작동원리는 똑같다. 모든 생물은 결국 ‘먹고 먹히는 관계’에 놓여 있다. 흔히 말하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생존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기에 나는 무한 경쟁이 생물학적 운명이라고 체념하곤 했다. 지구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미시적(微視的) 삶들의 참모
먼저 진입한 차가 우선 통과하는 방식의 신호등 없는 교차로는 미국 등 서구 국가에는 상당히 많다. 이러한 교차로에 자율주행차 여러 대가 동시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통행 순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차가 먼저 진입했는지 각각의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감지하고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기술이 없어서 무신호 교차로에서 자율주행차들은 어떤 차량이 우선권을 가졌는지 결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종의 알고리즘의 버그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차량도 통과하지 못하게 되는 교착상태(deadlock)에 빠지게 된다. 인간은 상대 운전자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수신호 등을 통해 순서를 결정할 수 있으나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양보의 규칙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만일 어떤 자율주행차가
서미감 병원 건립 이후 의료선교 105주년과 대학교육 40주년을 맞아 아무리 축하하고 기념해도 모자란 2018년 원주캠에 불청객처럼 들이닥친 대학평가 결과는, 선물치고는 너무나 가혹했다. 원주 거주를 원칙으로 한다는 채용 공고 글귀 하나로 멀쩡하게 다니던 아내의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20여 년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학교생활을 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국내·외 동료들이 해주던 위로와 염려에도, 늘어나는 것은 치욕과 좌절감뿐이었다. 그러다 대학평가의 최대 피해자일 학생들과 학부모를 떠올리면서, 나이든 교수 한 사람의 당혹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미쳤다. 개강 첫 주, 대학기본역량 미달이라는 평가 참사에 대해 수강 학생들에게 사죄하고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언급했던 것도 그것이 도리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재생 에너지 3020 정책이 발표됐지만 현재 기술로는 달성할 수 없다. 또한, 국내·외로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 및 에너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기존 전력기술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친환경 미래 전력망의 제어 및 운영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필자는 최근 연구를 통해 재생 에너지 기반 친환경 미래 전력망의 안정도 이론을 새롭게 확립하고, 시각 동기화 기반의 재생 에너지원 제어를 통한 전력운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검증했다.연구는 크게 GPS 시각 동기화 기반의 다중 마이크로그리드* 연계기술과 운영기술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연계기술은 동기위상측정장치(Phasor
생명체는 상처가 나면 스스로 치유하는 자기치유(self-healing) 기능이 있다. 생명체의 이러한 자기치유 기능을 인공 재료에 도입해 재료 스스로 손상을 감지하고 치유할 수 있게 만든 소재를 자기치유 소재라고 한다. 자기치유 소재 연구개발은 2000년대 초반 시작돼 현재 전 세계 신소재 연구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됐으며 3대 재료라 불리는 금속, 세라믹, 고분자에 걸쳐 연구되고 있다.자기치유 소재 개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공공 안전성의 향상이다. 우주선이나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에 자기치유 소재를 적용해 비행 중 발생하는 균열을 발생 즉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면 대형 항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공공 구조물(교량, 터널, 발전소, 지하시설물, 해양시설물 등)의 콘크리트 또는 금속 구조물에
스마트 시티에 대한 정의는 국제적으로 200여 개가 존재한다. 이를 축약하면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경쟁력 및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 기술을 담을 그릇으로 도시를 이해하고, 현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행복한 삶과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정책을 국가적인 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에는 국가 시범도시 조성을 포함하여 도시재생과의 연계, 민간의 활력 증진 방안 등 다양한 전략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유비쿼터스 도시”를 표방하며 새
20세기 중후반부터 여성주의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영어 문법에도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다. 언어에서 성차별요소가 있는 언어를 “중성의 언어”(gender-neutral language)로 전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특별히 직업과 관련하여 여성을 배제한 “-man”의 형태를 보이는 복합명사들 대부분은 “-person”형태의 복합명사로 바꾸어, “businessman”은 “businessperson”으로, “chairman”은 “chairperson”으로, 그리고 “salesman”은 “salesperson”으로 사용하고 있다.가장 주목할 변화는 삼인칭 대명사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남녀를 아우르는 대명사를 사용해야 할 경우, 대표 단수 대명사로 “He”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하여 뇌처럼 학습하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지식을 활용하여 추론하거나 그 일부분이 동작하는 인공적인 뇌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데이터 처리능력이 획기적으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그로 인해 우리는 놀라운 세계를 만나게 됐는데, 기대가 높은 만큼 두려움도 더욱 커졌다. 인간을 닮은 기계가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까?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 분석 및 처리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닮아가고 있는 것이 인간의 상냥함이나 배려, 용서라는 덕목보다 인간의 공격성이나 탐욕, 예측 불가능성을 닮아 우리를 공격하거나
재팬 패싱. 과연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인지는 의문스럽지만 최근 신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워딩이다. 남북대화를 계기로 70여 년 간 유지되어온 동아시아의 냉전질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지금, 일본의 역할이나 자리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아베 정권의 외교적 무능 탓일까? 물론 국내 정치의 위기 타개용으로 북한 문제를 다뤄온 현 일본 정권의 책임이 가볍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역대 정권도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외적인 위기 요인을 증폭시켜 국내의 정치 갈등을 봉합시키는 것은 오래된 통치 기법이기에 그렇다.따라서 아베 정권이 현재 국면에서 답답한 처지에 놓인 까닭을 북한 때리기로 짭짤한 이득을 보려고만 한 얕은 수법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상황이 바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한 경제적 성공으로 우리 사회도 문화가 차이를 결정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아 한류로 표현되는 대중문화는 국민 자긍심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한편, 대중 매체에 익숙해져 우리의 사고와 취향이 획일화되는 몰개성화(deindividuation)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이 예술 문화와 관련된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 각자 개성적인 취향을 발견하고 꾸준히 계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취향계발이 국가의 문화 진보로 연결돼 경제력에 걸맞은 문화력을 키우고 국격을 올릴 것이다.미술은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속성이 있다. 근현대미술사는 미술(fine arts)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를 통해 창조적으로 파괴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정립해
한반도에 봄이 왔다. 대화 상대가 김정일 위원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 바뀐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전의 남북정상회담과는 사뭇 달랐다. 사상 최초로 북한 지도자가 남한의 땅을 밟았고, 남북한의 지도자들이 손을 잡고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도 처음이었다. 2박 3일간의 회담이 아닌 당일치기 회담이었던 것도 이색적이었다. 바뀐 겉모습만큼이나, 회담의 내용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기억하듯이 지난 10년 동안 남북한 관계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북한의 핵 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작용과 우리 정부의 강경한 반작용의 연속으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반드시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의 만남
지난 17년 3월 30일, 안점순 할머니의 별세로 한국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스물아홉 분만이 생존하게 되었다. 지난 15년 12월 28일 갑작스럽게 발표된 위안부합의는 양국 외교부 장관의 입을 빌려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들은 생의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상처 치유를 위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양국은 ‘위안부’ 문제에 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총리 명의의 사과와 책임을 표명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의 치유를 위해 설립된 재단에 정부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가 발표되기까지 정부 간 논의 과정에서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결